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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어떡하죠?]유성경/이기적자녀 부모부터 변해야

입력 | 1999-07-18 19:45:00


얼마전 6학년 아들을 데리고 한 어머니가 상담을 받으러 왔다. 어머니는 “아들이 이기적이고 분노 발작을 잘해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하는 짓이 제 아비를 어쩌면 그렇게 꼭 닮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녀가 말하는 분위기만 봐도 부부 사이가 어떤지 금세 짐작할 수 있었다. 부부가 거의 매일 싸우는데 육박전도 자주 일어나고 온갖 저속한 비어를 거침없이 아이 앞에서 내뱉는다는 것이다. 남편이 미우니 남편을 닮은 아이도 얼마나 못마땅한지 상담중에도 사소한 행동을 갖고 아이를 쥐잡듯 다루어 상담자가 민망할 지경이었다. 아이를 잠시 내보내고 어머니 얘기를 자세히 들어보니 고등학교도 못나왔다는 열등감, 결혼생활 내내 남편에게 무시받은 서러움을 절절이 털어놓았다. 남편은 남편대로 계모 밑에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 성격이 난폭하게 비뚤어진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마치 봇물이 터져 나오듯이 아프고 서러운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처음에는 아이의 문제로 상담을 받으러 왔으나 실상은 엄마 자신이 할말이 훨씬 더 많았던 것이다.

차츰 더 깊은 내면의 마음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엄마는 “이렇게 내 자신을 들추어내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니 아이의 문제만 잘 상담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아이가 무엇이 잘못돼 이렇게 되었는지 속상해 하면서 아이를 닦달하거나 배우자 핑계를 대거나 시어머니 탓으로 돌리거나 혹은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을 원망한다. 정작 자기 자신에 쌓여 있는 문제들을 인정하고 이것이 자식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생각하기를 매우 꺼린다. 사람들이 자식의 문제를 통해 자기의 문제를 바라보기 꺼리는 이유는 아마도 깊은 내면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참으로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기의 문제를 인정하기보다는 남의 잘못 혹은 환경적인 것으로 문제의 원인을 전가하고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것을 참으로 꺼린다. 그러나 상담을 하면서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자식은 부모의 모습을 비추어 주는 가장 정직한 거울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아이의 문제에서 자기의 문제를 보지 못하고 아이만 계속 비난하는 부모들은 결국 자기자신과 자식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자기 자신의 문제를 정직하게 바라보는 것은 참으로 용기있는 행동이다. 이 땅의 부모들이 자식이 문제를 일으킬 때 그 문제 속에 스며있는 자신의 삶을 조용히 생각해 보고 자녀에 앞서 자기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내보라고 권하고 싶다.

유성경(한국청소년상담원 상담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