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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가 원일씨, 대종상음악상 두번째 받아

입력 | 1999-04-18 20:37:00


영화음악가 원일(31). 영화 ‘아름다운 시절’로 97년 ‘꽃잎’에 이어 두번째로 대종상영화제 음악상을 손에 잡았다.

언더그라운드 그룹 ‘어어부 밴드’의 ‘북치는 청년’으로 더 유명했던 그가 이제 우리 영화음악계의 자존심이자 빠질 수 없는 소금같은 존재로 변신했다. 특히 양악과 국악이 접목된 그의 음악 스타일은 영화음악가의 층이 얇은 우리 영화계에서 독특한 평가를 받는다.

‘아름다운 시절’의 대금은 50년대의 배경과 어우러져 아련한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회상의 틀을 제공했고 ‘꽃잎’의 금속성 해금 소리는 처참했던 광주의 기억을 효과적으로 불러냈다는 평을 들었다.

“우리 악기는 분명 양약기와 다른 특성이 있어요. 아쟁이 가슴을 후벼판다면 피리는 따뜻한 봄날의 서민적이고 목가적 풍경을 만들기에 적합하죠.”

95년 장선우감독의 다큐멘터리 ‘한국영화 씻김’을 시작으로 ‘꽃잎’ ‘강원도의 힘’ ‘아름다운 시절’, 그리고 곧 개봉될 ‘이재수의 난’이 그의 음악 세례를 받았다.

지인의 소개로 장선우감독의 다큐멘터리 음악을 맡은게 계기가 되어 영화음악을 시작한 뒤 “당신 음악은 영화적”이라는 장감독의 말에 홀려 영화에 더 빠져들었다. 이제는 영화쪽 비중이 종전의 전공인 공연이나 공연을 위한 작곡보다 더 커져버렸다.

그는 “그동안 주로 현대사를 배경으로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작가주의 경향이 짙은 작품들에 참여해 왔다”면서 “이같은 작품들에는 소리 자체만으로 우리의 정서가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국악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의 음악에 배어 있는 국악의 색채는 국립국악고와 추계예술대에서 국악을 전공했다는 음악적 뿌리와 연결돼 있다. 중학교 때는 클라리넷을 연주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단소 소리에 홀려 고교때 국악을 선택했다.

그는 ‘국악과 현대음악의 크로스오버’라는 평가나 국적성 시비를 ‘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버렸다.

“우리 악기 한 두가지를 쓴다고 내 영화음악이 한국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무리다. 중요한 것은 영화음악이 화면을 만든 뒤 이루어지는 부수작업이 아니라 작품 전체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라는 발상의 전환이 아닐까.”

그의 목소리는 현실로 옮아간다. “한편에 2천만원 내외를 쓰면서 어떻게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있겠는가. 영화 제작비의 단 2%에 불과한 액수다. 외국 유명 작곡가들은 한 영화작품에 몇 억달러씩 쓴다. 이런 현실에서 외국 영화음악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원일은 최근 서울국악관현악단 지휘자를 맡아 20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연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