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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금융시장,「문제아」로 탈바꿈…롱텀社 파산위기

입력 | 1998-10-01 19:18:00


국제금융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헤지펀드(Hedge Fund)들이 위기에 몰려있다.

지구촌 국경을 넘나들며 고도의 투자기법으로 이익을 만끽했던 헤지펀드들이 국제금융환경의 격변 속에서 일부가 도산위기에 몰리는 등 전성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서 레빗 미 증권거래소(SEC)소장은 지난달 30일 미 하원 금융소위 청문회에서 “최근 파산위기를 겪은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와 마찬가지로 다른 헤지펀드들도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헤지펀드란?〓증권시장을 투자무대로 한다는 점에서 헤지펀드는 국내 투자신탁회사 등에서도 취급하고 있는 뮤추얼펀드(수익증권)와 같지만 실제 운영방법은 매우 다르다.

뮤추얼펀드는 일반인 누구나 가입할 수 있지만 헤지펀드는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다. 대개 금융기관들이 가입하며 개인은 백만장자들이 알음알음으로 가입한다. 1인당 예탁금의 최소규모는 25억∼30억달러에 이른다.

규격화된 금융상품인 뮤추얼펀드는 증권거래소에 등록하고 당국의 감독을 받지만 개별계약으로 구성되는 헤지펀드는 설립과 운영에 아무런 제약도 없다. 헤지펀드의 운영내용은 비밀이며 투자자에게도 상세하게 보고하지 않는다. 일정 시점마다 이익을 배당하면 그만이다.

헤지펀드는 평범하게 주식 채권에 투자하기보다는 환율 금리 등의 지표를 이용한 파생금융상품(선물 스왑 옵션 등)을 주로 공략한다. 이들 금융상품의 거래 때는 거래액의 5%인 보증금만 내면 되므로 원금의 20배가 넘는 투기적 거래가 가능하다.

▼고수익 고위험〓이 펀드 운용은 수익성이 높은만큼 위험도 크다.

지난달 하순 도산위기에 빠졌던 LTCM처럼 채권 금리차에 투기하는 스왑거래를 해온 컨버전스 어셋 매니지먼트의 경우 올들어 자본금의 70%를 잃어 역시 도산위기를 겪고 있다.

이 펀드는 최근 투자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롱텀이 몰고온 허리케인으로 수많은 펀드가 홈리스(집 잃은 처지)로 전락했다”며 “앞으로 피해가 얼마나 커질지 알수 없다”고 밝혔다.

롱텀캐피털의 경우 8월 한달에만 자산의 44%를 날렸다. 이 업계의 황제로 불리는 퀀텀펀드의 조지 소로스도 8,9월에 러시아에서 20억달러, 미 증시에서 20억달러의 손실을 봤다.

▼전망〓이익을 낼 확률만 있으면 헤지펀드는 차입을 마다하지 않는다. 자본금이 22억달러에 불과한 롱텀캐피털이 1천2백50억달러를 월가의 은행 및 증권사로부터 조달한 것이 좋은 사례.

따라서 헤지펀드의 도산은 미국 금융계에 지진과 같은 충격을 준다. 뱅커스트러스트 등 14개 은행과 증권회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최근 롱텀캐피털에 36억달러의 구제자금을 수혈한 것은 이 때문이다. 대신 미 당국은 헤지펀드에 대한 강력한 규제책을 검토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현황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하원도 청문회를 열고 있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