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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기부양책의 虛實

입력 | 1998-09-02 18:53:00


정부가 붕괴위기에 놓인 실물경제를 살리기 위해 서둘러 경기부양대책을 내놓았다. 경기진작의 당위성과 방법론을 놓고 정부와 통화당국간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정책이다. 러시아 경제위기가 국제경제에 일파만파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시점이라 정부의 고육책을 일면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빚어질 부작용들 또한 작지 않을 것으로 보여 장기적으로는 걱정되는 점도 많다.

이번 대책의 근간은 소비확대를 유도해 내수를 진작시킴으로써 성장잠재력의 붕괴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돈을 과감하게 풀고 재정지출을 확대키로 했다. 재정은 어차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과 실업대책 등으로 적자집행이 예고된 터다. 그러나 통화부문은 문제가 다르다. 요즘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통화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풀려나간 돈이 갈 곳을 찾지 못해 다시 은행으로 몰리면서 비롯된 문제다. 따라서 통화확대로 투자와 소비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 한 심리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재정과 통화의 확대는 국민부담을 가중시켜 고통의 기간만 더 길게 할 수도 있다.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서도 경기부양책은 신중히 추진될 문제였다. 정부는 이달말까지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10월부터 기업에 돈을 공급하겠다는 것이지만 과연 기업개혁이 그때까지 끝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악의 조건에서도 견딜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것이 구조조정의 참뜻이라면 정부의 부양책은 성급한 측면이 없지 않다. 구조조정의 실패는 대외신인도에도 악영향을 주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다.

수출경쟁력 확보와 외환보유고 확충을 위한 정책들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이 우려되는 시점이라 아무리 대비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외환보유고 목표 5백억달러가 적정한 규모인지는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빚을 얻어다 쌓아 놓는 것인 만큼 이에 수반하는 이자부담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 도입되는 자금은 우리나라의 신용도가 외환위기 당시와 다르다는 점을 충분히 반영해 더 낮은 선에서 금리가 적용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작금의 우리경제는 소득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내수와 수출이 둔화돼 다시 실업과 소득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요약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의 정책선택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어차피 정부가 경기부양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보완대책들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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