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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비틀」… 파업영향 판매대수 『뚝』

입력 | 1998-08-17 20:09:00


국내 자동차업계 부동의 랭킹 1위인 현대자동차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노동조합의 전면파업으로 주춤한 사이 국내시장에서 대우 기아 삼성 등 경쟁업체들이 대약진, 1위자리를 넘보는가 하면 해외시장에선 신인도가 급락, 기업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승용차 등록대수기준으로 현대는 올 상반기동안 모두 8만4천4백대(시장점유율 39.9%)를 판매해 9만3천3백대(44.1%)를 기록한 대우자동차에 25년만에 추월당했다.

현대는 또 경차시장에서도 대우(마티즈)에 완패를 당했으며 레저차량(RV)시장에서는 기아(카니발)에 뒤졌다. 현대의 간판모델이자 회사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쏘나타도 삼성의 SM5시리즈에 뒤지는 수모를 겪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수익구조도 올들어 크게 악화됐다. 현대는 올 상반기 1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현대가 감가상각방식을 변경하지 않았다면 1천7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고민은 세계최대인 미국시장에 있다. 현대는 올 상반기동안 미국시장에서 2만8백77대의 승용차를 수출해 기아자동차(5만6백대)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판매대수는 물론 수출내용도 부도상태의 기아에게 크게 뒤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현대는 엑센트 아반떼 쏘나타 티뷰론 등 모두 4개 차종을 수출했는데 반해 기아는 세피아Ⅱ와 스포티지 단 두개 차종만으로도 현대를 크게 앞질렀다.

현대가 미국시장에서 이처럼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것은 엑셀 수출후유증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추락과 RV개발에 뒤진 것이 결정적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80년대말 대거 수출했던 엑셀이 90년대들어 잇따라 고장을 내는 바람에 미국내에서 현대의 이미지가 나빠졌다”며 “현대가 노사문제를 빨리 극복하지 못하거나 미국시장을 겨냥, 10월경 출시할 예정인 ‘XG’(프로젝트명)마저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면 해외시장에서 상당기간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