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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정훈/국회공백과 與책임

입력 | 1998-06-12 19:12:00


10일 밤 위성으로 생중계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미 상하 양원합동회의 연설은 인상적이었다. 20여차례의 박수갈채가 쏟아진 김대통령의 연설뿐만 아니라 김대통령이 10여분이나 늦게 의사당에 입장했는데도 자리에 꼼짝않고 앉아 기다리다 기립박수로 환영하던 의원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런 미국 국회의 모습은 우리 국회의 모습과 너무 대조적이다. 우리 국회는 현재 실종상태다. 여야의 대립으로 보름 가까이 원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원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점은 과연 어느 쪽이 원내 과반수의석을 확보한 상태에서 국회를 구성하느냐 하는 힘겨루기로 요약된다. 그리고 원구성 지연의 1차적 원인은 한나라당의 과반수의석을 무너뜨리기 위한 여당측의 ‘시간벌기’전략에서 비롯됐다.

물론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선(先) 국회법개정을 이유로 들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입법부의 기능정지에 따라 행정 사법 2권만이 존재하는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바로 2년전 지금과 똑같이 원구성 지연으로 국회 공백상태를 빚었던 15대 국회 전반기때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여당측의 논리는 더욱 군색하다. 당시 야당인 국민회의는 집권여당인 신한국당의 과반수의석 확보를 위한 무소속의원의 무차별영입에 반발, 15대국회 개원을 1개월 동안 저지했다. 여야가 뒤바뀐 지금 과반수의석 확보라는 당략에 빠져 여당이 국회 원구성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면 그야말로 논리적 모순인 셈이다.

더욱이 여야는 국회의장의 당적이탈에 의견일치를 봤고 이로써 국회의장의 전횡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사실상 마련했다. 여야는 국회의장단선거만이라도 먼저 실시, 일단 국회의 기능을 회복시켜야 할일 아닌가.

김정훈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