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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제작 17C 동아시아 古지도,佛도서관서 발견

입력 | 1998-06-09 19:24:00


조선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국내에서 제작돼 17세기 동아시아 지역 세력 판도를 나타내는 국보급 고지도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중인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왕반지 여지도 모회증보본(王泮識 輿地圖 摹繪增補本)’또는 ‘왕반제지 여지도 조선모회증보본(王泮題識 輿地圖 朝鮮摹繪增補本)’으로 명명된 이 지도는 가로 1백90㎝, 세로 1백80㎝ 크기 비단에 조선 명 일본 등 17세기 동아시아 전체를 붓으로 채색 필사했다.

이 지도는 현재 남아 있는 국내 제작 동아시아지도 중 1573년 무렵 제작된 ‘화동고지도(華東古地圖)’와 1747년 제작된 ‘천하여지도(天下輿地圖)’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보여 1백70여년간의 동아시아 지도사 공백을 메우고 있어 학문적 가치도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637년에서 1644년 사이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지도에는 특히 뒷시기의 ‘천하여지도’보다 한반도와 일본이 실제모습에 가깝게 나타나 있으며 명나라의 13성 1천1백7현과 조선의 8도 3백60여개 군현 등 동아시아 각국의 행정구역도 세밀히 정리, 17세기 각국의 판도를 가늠할 수 있다.

지도를 발견한 서울대 국사학과 한영우(韓永愚)교수는 “진황색 홍색 등 오방색(五方色)을 이용해 산맥의 흐름과 바다의 파도를 회화적 수법으로 처리하는 등 과학성 못지않게 예술적 가치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또 지도 하단에 성명미상의 조선인이 쓴 발문에는 임란과 호란으로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동아시아지도를 마련하기 위해 중국인 왕반(王泮)이 제작한 목판본 여지도를 바탕으로 당시 지도제작 관행에 따라 우리나라와 일본을 덧붙이고 중국 부분을 대폭 수정해 제작한 것으로 적혀 있다.

〈박정훈기자〉hun3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