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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펄뺏긴 영암 미암면 『세발낙지 이젠 구경도 못해요』

입력 | 1998-05-10 20:16:00


비릿한 바다내음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해안선은 사라진지 오래다. 영산강종합개발 3단계사업이 진행중인 전남 영암군 미암면 문수리.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붉은 황토빛 간척농지 개발이 진행중이다.

8년 전만 해도 ‘세발’낙지가 머리를 내밀고 소라가 꿈틀거리던 개펄은찾아볼수없다.

“그렇게 맛나던 세발낙지는 이제 구경도 못해요. 정부에서 하는 일이니까 보상비 얼마 받고 물러날 수 밖에 없었지요, 우리야….”

문수리에서 평생 낙지와 숭어잡이를 하다 개펄이 막힌 뒤로 농사를 짓는 오선기(吳善基·61)씨의 말이다. 그에게 하루 수만∼수십만원의 수입을 안겨주던 차진 개펄은 이제 간척지로 변했다.

횟감으로 혀끝에 착 달라붙는 농어와 숭어. 제 철이면 알이 꽉 찬 굴 고막 소라, 반찬감으로 제격인 게와 자연산 해태. 그런 개펄의 산물들이 마을 80여가구의 생활터전이던 ‘황금개펄’과 함께 사라졌다.

85년부터 시작된 3단계 영산강종합개발사업에 따라 영암군 삼호 미암면, 남해군 마산 계곡면 등지의 개펄은 93년말 삼호반도와 황도를 잇는 2.2㎞의 방조제 완공과 함께 간척지로 변했다. 이 방조제건설사업이 시작된 90년말부터 목포세발낙지의 명산지이던 미암면의 이름은 바래갔다. 주민들은 농어촌진흥공사에서 보상비로 받은 1백만∼1천5백만여원으로 농사를 시작했으나 생활은 예전만 못했다. 문수리 외에 남산 호음 기동 신정 신월동 등 개펄을 끼고 살던 마을 주민들은 이후 하나 둘씩 도시로 떠나 줄잡아 40여가구가 이곳을 빠져나갔다.

“다들 목포나 광주같은 도회지로 떠나버렸지요. 흥청거리던 이곳 식당들도 다 문 닫아버리고….”

미암면 춘동리 용흥부락 주민 조안종(趙安鍾·37)씨.개펄이 막히기전 낙지잡이 등으로 한해 2천만∼3천만원의 수입을 너끈히 올리던 조씨는 이제 여섯마지기 논에서 한해 1천만여원의 수입밖에 못거둔다.

주민들의 ‘손실’과 환경으로서의 개펄 상실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벌이고 있는 농업진흥공사 영산강사업단측은 경제와 개발의 논리로 반박한다.

△농지확대 △목포시와 인근 시군의 상수도공급 △영산강 주변 농지의 농업용수 공급 △방조제도로 개통으로 인한 물류비용 및 시간 절감 등 영산강개발사업으로 인한 효과가 개펄지역 주민의 피해를 훨씬 넘어서고 그래서 사업은 불가피했다는 것.

그러나 환경 전문가들은 ‘개펄간척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지적한다.

간척사업에 따라 각종 어패류의 서식처가 사라져 생태계가 무너졌다. 개답지역에 벼농사를 지을 경우 4천여억원의 공사비를 벌충하고 언제 손익분기점에 도달할지도 의문이다. 10여년 동안 유휴지로 간척지를 놀리는 기회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개펄과 방조제 주변의 오염정화능력이 크게 떨어져 서해와 영산강 하류의 적조현상이 해마다 심해지고 목포에 안개끼는 날이 많아지는 등 환경변화에 의한 피해도 상당하다.

목포대 조경만(趙慶萬·생태인류학)교수는 “70년대 이후 미국과 네덜란드 등은 개펄의 소중함을 깨닫고 재원을 쏟아 개펄을 복원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하고 최소 범위에서 ‘개발’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선대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