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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탠더드시대 ⑧/조세행정]한국의 실태

입력 | 1998-04-23 19:43:00


세금을 제대로 내려다가 칭찬은커녕 핀잔만 듣는 경우도 한국엔 있다.

서울에서 피부과병원을 운영하는 이모씨.

하루는 어떤 환자가 대뜸 “사업소득신고를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왔다.

“있는 대로 신고하지요.”

“그렇게 하면 담당 세무공무원과 주위 동업자들에게 피해가 갑니다. 소득 신고를 ‘잘’ 하도록 도와줄 세무사를 소개해줄까요.”

알고보니 그 환자는 뜻밖에도 세무공무원이었다.

서울에서 건물임대업을 하는 황모씨도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 임대소득이 얼마인지 누구라도 금세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소득을 제대로 신고한 뒤였다. 세무서에서 걸려온 전화에선 이런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대로 신고하면 딴 사람들은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우리도 (세금을 적게 낸 다른 사람들에 대해) 세금을 더 추징하려면 귀찮으니 다른 사람 하는 대로 꾸며와요.”

한 두 번쯤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 남을 의심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세무사회 부설 한국조세연구소의 최근 여론조사결과 납세자의 70%가 적게든 많게든 ‘탈세’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부자는 부자대로, 샐러리맨은 샐러리맨대로 탈세게임을 즐기고 ‘성공’을 기뻐하면서 살아간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법망 피하기’는 공인된 절세(節稅)방법. 재벌의 경우 2세에게 비상장 주식 넘기기, 사모전환사채로 넘겨주고 주식으로 바꾸게 하는 방식이 흔히 쓰인다.

2세가 가만히 앉아서 큰 돈을 벌었으니 세무공무원이 달라붙어 세금을 꽝 때려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세법상 과세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세제(稅制)나 세정(稅政)은 기어가고 탈세나 절세전문가는 날고 있다.

〈박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