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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 라이트]「쓰레기문화 모임」결성 노경화씨

입력 | 1998-02-22 21:51:00


며칠전 오후8시. 과천시 중앙동 과천극장 지하카페 ‘우리집을 못찾겠네요’에서는 10여명이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수집한 물건 중에는 재활용하기 힘든 것이 많은데 홍보를 강화해야 할 것 같아요.” “이번에 수집한 옷들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전달했으면 좋겠습니다.” “올 가을에는 폐품을 이용한 인형극도 해봤으면 합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결성된 ‘쓰레기문화를 만드는 모임’ 회원들. 화가 만화가 교사 가정주부 등 직업도 다양하다. 열흘에 한번 정도 모여 회원들이 서울 강남구 과천 안양 등에서 수집한 중고물품을 각지에 나눠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이 모임을 만든 노경화씨(34·여). ‘과천 환경살림꾼’으로도 불리는 그는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헌 것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 너무 쉽게 물건을 버리는 폐습을 고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서양화가인 그는 96년 하반기부터 쓰레기를 이용한 ‘작품’을 만들며 색다른 재활용운동을 벌이고 있다. 건축폐자재 LP레코드판 가죽조각 캔 등 쓰레기가 그의 단골소재들. 카페도 노씨가 지난해 4월 회원을 위해 ‘사랑방’삼아 차린 것. 카페안의 테이블 의자 컵도 모두 쓰레기를 재활용한 작품으로 꾸몄다. 지난해 10월 과천시민회관에서 노씨가 개최한 ‘쓰레기로 만든 가을 시화전’은 5천명이 다녀가는 대성황이었다. “관객들로부터 헌것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면서 물건의 소중함을 깨우치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노씨는 올해 시화전은 물론 인형극 공연도 열 계획이다. 그가 생활용품 재활용운동에 뛰어든 때는 94년. 15년 동안 과천에서 중고 물품을 모아 이웃에 나눠주는 일을 하고 있는 한지흔씨(56)의 권유를 받고부터였다. 당시 노씨는 2년간 헌옷 완구 장식품 등을 수선해 싸게 파는 재활용품점 ‘보물섬’을 운영하기도 했으나 사람들이 헌 물건을 싫어해 실패하고 말았다. “이 일을 계기로 주부에게 헌것이 실용적이며 아름답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헌것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면 생활방식이 바뀌고 무작정 새것만 사는 소비패턴도 달라진다고 강조. 주부에게 들려주는 알뜰소비지혜 한마디. “주부가 세탁소 등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집에서 직접 수선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멍난 옷에 단추를 달고 욕실바닥이 벗겨지면 아크릴 물감을 사서 한번 칠해보는 것입니다. 낡은 커튼은 쿠션속에 넣는데 쓰고요.” 그는 “우리 모두가 헌것에 대한 사랑이 쌓여 벼룩시장이 동네마다 한곳씩 생기면 좋겠다”고 소박한 꿈을 밝혔다. 〈오윤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