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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주는 고언-격려/독일]『채무단구성 이해구하라』

입력 | 1998-01-06 20:00:00


“5일 한국의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한국의 미래를 낙관하지 않으면 왜 투자를 하겠느냐.” 베스트란트은행의 한국 투자담당자인 게하르트 블륌은 한국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낙관하는 사람이다. 베스트란트은행은 뒤셀도르프에 위치한 대형 지방은행으로 독일은행중 드레스드너은행에 이어 두번째로 한국에 대한 대출액이 많다. 블륌은 “독일도 60년대 한국과 같은 금융위기를 경험했으며 당시 몇개 은행이 문을 닫았다”며 “그때 위기를 극복한 토대 위에 오늘의 독일이 존재하듯 한국민은 결속력이 강하고 목표를 향한 성취욕이 대단하기 때문에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우스 레글링 재무차관보는 한국이 위기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역할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위기의 원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답지않게 비국제화 비개방화된 한국경제의 구조때문”이라고 지적한 뒤 “당장의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한국은행과 채무은행단이 유럽의 채권은행단과 주요국 중앙은행을 방문, 이해를 구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레글링 차관보는 “비교적 잘 갖춰진 경제 기반구조와 숙련된 노동자 등의 잠재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다면 위기 해소는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부 고위관리도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대로 개혁을 하는 게 위기 해결의 요체며 그것도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광범위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는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라 경제발전단계에서 거쳐야 할 것을 생략한데서 비롯한 본질적 문제”라며 “재벌 위주의 성장정책이 개발 초기에는 적합하지만 경제규모가 커지면 이를 자율경쟁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것을 정책당국과 정치인들이 무시한 게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의 자동차 조선 철강 반도체 등의 경쟁력은 유럽국가들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개혁을 통한 산업구조 조정과 경쟁력 강화만 이룬다면 제2의 도약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트리어대 한스 마울 국제정치학교수는 △배타적이고 국수주의적인 경제 △경제계와 금융계에 간여하는 정치적 행태 △금융기관이 망하면 고객의 손실을 정부가 보상해주는 관행 등을 고쳐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뮌헨 소재 Ifo 경제연구소의 아시아경제 담당인 한스 귄터 힐퍼트 연구원은 △수출 둔화에 따른 경제성장률 하락 △일본 엔화 약세에 따른 원화 평가절하 △은행 등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감독 미비 등을 위기의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민이 외국인 투자를 착취로, IMF의 구제금융 지원을 경제식민지 전락으로 보는 후진적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면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는 독일 인사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