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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덜된」인수委, 곳곳 『삐걱』…DJ,측근에 불호령

입력 | 1998-01-05 20:49:00


“여당이 된 만큼 ‘말조심’ ‘입조심’을 하라고 누누이 강조했는데 도대체 왜 자꾸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은 5일 대통령직인수위원인 한 측근을 일산 자택으로 불러 불호령을 내렸다. 지난해 12월29일에 이은 두번째 질책이었다. 인수위는 지난해 12월26일 출범한 이래 10일간 차기정부의 정책방향이나 현정부의 비리의혹 조사 등 수많은 뉴스거리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그중에는 일부 인수위원들의 개인적 의견이나 정부의 보고사항에 불과한 것도 많아 혼란을 부추겼다. 사회문화분과 소속 김한길인수위대변인은 4일 기자실을 찾아와 “분과 회의결과 졸속으로 시행돼 문제가 많은 위성교육방송과 초등생 조기영어교육에 대해 ‘보완책 위주의 재검토’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5일 다른 인수위원은 “분과위의 정리된 입장이 아니라 김대변인의 개인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종찬(李鍾찬)인수위원장은 4일 오전 TV토크쇼에서 경제청문회와 관련, “개최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외환위기를 초래한 원인 등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청문회 개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위원장은 지난해 12월30일에는 “청문회는 우리(인수위)의 권한밖이며, 청문회를 가질 생각은 전혀없다”고 말했었다. 이위원장의 지역민방선정과정, 삼성의 자동차사업 진출허용,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 허가과정 등에 대한 소위 ‘3대의혹규명’ 발언도 마찬가지다. 이위원장은 “TV토크쇼에서 사회자가 현정부 3대 의혹에 대해 질문을 하기에 ‘아직 얘기할 단계가 아니지만 이에 대한 많은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는 정도로 답한 것이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긴장했다는 후문이다. 충분한 설명 없이 상반된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행정조직 축소한다’와 ‘공무원 인위적 감축없다’는 발언. 한 위원은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기업들에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마당에 행정부도 조정을 해야 하는게 아니냐”며 정부 구조조정에 따른 인원감축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위원장은 3일 “새정부는 모든 공무원들과 함께 가기를 원하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조금도 위축될 이유가 없다”고 이를 뒤집었다. 김정길(金正吉)정무분과위 간사도 “현 단계에서는 공무원에 대한 인위적인 감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근거없는 말도 쏟아져 나왔다. 한 위원은 “KF2(제2차 차세대전투기)사업을 우선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KF2사업은 구상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점검해야할 내용조차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위원은 “외환위기를 부추긴 경부고속철사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지만 경부고속철 사업비중에서 해외차입금은 이미 외국은행으로부터 차관도입 계약을 끝냈고 원리금상환도 2002년부터여서 지금의 외환위기와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인수위에는 “재정경제원이 3단계로 정부조직을 개편한다는 안을 보고했다”는 말까지 나돌았고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경원 관계자는 “재경원 코도 석자인데 남의 조직에 신경쓸 틈이 있겠느냐”고 일축했다. 한편 김차기대통령측의 한 관계자는 “15대 대통령취임식 때 클린턴 미국대통령,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일본총리, 옐친 러시아대통령 등 4강 정상을 초청해야 하며 또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말도 결국 이 관계자의 ‘희망사항’으로 끝났다. 〈김재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