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10여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26일 김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은밀한 오찬회동을 가졌던 김종필(金鍾泌·JP)자민련명예총재가 전하는 얘기는 김대통령의 최근 심경을 다소나마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김대통령의 갑작스런 초청을 받고 JP는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95년 민자당을 탈당한 이후 JP는 김대통령에 대한 「묵은 감정」을 완전히 정리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 더욱이 이번 대선에서 JP는 김대통령의 숙명적 라이벌이었던 김대중(金大中)후보를 밀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오랜만에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JP는 김대통령이 김당선자에 대해 과거의 라이벌의식을 완전히 버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김종필명예총재가 김대중후보 손을 들어줬을 때 직감적으로 「아, 이제는 여야 정권교체가 이뤄지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는 것. JP는 또 『김대중후보가 당선한 데 대해 김대통령은 「아주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대통령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에 대해서는 아직도 감정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고 전했다. 김대통령은 JP에게 『이명예총재가 한번도 먼저 상의하고 일을 진행한 적이 없다』고 푸념한 것으로 알려졌다. JP는 「이번 회동으로 과거 불편했던 관계가 풀어졌느냐」는 질문에 『김대통령이 나를 불렀을 때 그 진심을 알고 싶었다. 그 진심을 상당부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면서도 즉답은 피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대통령에 대해 너무 섣부르게 평가하지 말자. 그 분에 대한 평가는 몇년 뒤로 미루자』고 말했다. 〈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