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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문학열정의 촉매인가? 상상력의 족쇄인가?

입력 | 1997-11-29 08:37:00


문학적 에너지의 산실인가, 상상력을 가두는 낡은 틀인가. 신춘문예 비판론자들은 우선 심사위원들의 입맛에 맞는 작품위주로 당선과 낙선이 갈라질 가능성을 지적한다. 응모자들도 이를 의식해 새롭고 다양한 시도보다는 「모범답안」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동국대 황종연교수는 『신춘문예 당선작의 경우 대중적으로 읽히기 때문에 심사위원들로서는 공정성에 시비가 일지 않도록 문학적 통념에 충실한 작품을 고르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황교수는 그래서 『심사위원들이 모험을 감행하지 않는 한 신춘문예 당선작이 문학의 새로운 변화를 선도하기는 어려웠다』고 지적한다. 한때는 「문예학교파」라는 일군의 아마추어그룹이 신춘문예를 석권해 「당선작이 곧 대표작」인 일회성 작가들을 양성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선배 문인의 손길과 지도로 「모범답안」을 하나 만들어 내밀고는 더이상의 것을 내놓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설의 경우 2,3명의 예심위원이 수백편의 응모작을 2,3일만에 심사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앞부분만 잘 포장된 작품을 선택할 위험이 있다. 대중적 인지도 위주로 심사위원이 구성되고 이에 따라 한 심사위원이 같은 부문에 대해 여러 신문사의 심사위원으로 동시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시인 조은희씨는 『새해를 시작하는 첫날 실리는 한계 때문에 당선작의 거의 대부분이 어두운 소재보다는 희망 제시 일변도의 경향이 있다』고 꼬집는다. 문예지로 등단할 경우 자신의 글을 계속 실을 수 있다는 것에 비해 신춘문예 당선자는 이 부분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한다. 그럼에도 신춘문예가 우리문학의 당면 과제를 돌파할 수 있는 장(場)이라는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신춘문예는 수많은 정보매체와 오락의 등장으로 문학의 효용성이 위협받고 있는 오늘날 그나마 문학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불러일으켜 주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잘 팔리는 것이 최상이라는 천박한 상업논리가 지배하는 출판현실에 비춰볼 때 신춘문예의 존립 의의는 더해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누구도 신춘문예 폐지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10년 동안의 신춘문예 도전에 실패,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데뷔한 소설가 이순원씨는 『신춘문예와 문예지 심사를 하며 응모작을 비교해본 경험에 비추어보면 상대적으로 신춘문예 응모작의 수준이 더 높다』고 말한다. 이씨는 이 점에서 『신춘문예는 작가가 가장 축복받은 방식의 등단이며 이 제도는 반드시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려대 이남호교수는 『문학지망 인구가 줄어드는 등 문학이 위축되고 있는 시점에서 대중과 친숙한 매체에서 주도하는 문학행사로서의 신춘문예가 큰 자극제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서울대 김성곤교수도 『왜 굳이 허구로서의 문학 창작을 계속 해야만 하는지의 이유가 점점 더 모호해져가는 이 시대에 작가지망생들을 계속해서 확보하는 수단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정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