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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테나]SBS「아름다운 죄」,비오는 장면 현실감 살려

입력 | 1997-11-21 07:57:00


『비를 팝니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등장했다. 18일 어둑어둑한 저녁 강원 춘천시 한림대 부근의 주택가에서 펼쳐진 SBS 드라마 「아름다운 죄」의 촬영 현장에는 낯선 손님이 눈길을 끌었다. 비를 만들어 파는 특수효과 업체인 「데몰리션」. 빗 속에서 이루어지는 주인공 철수(정준호 분)와 영희(조은숙)의 애절한 만남을 위해 초청받았다. 『굵은 비 말고 중간 비로 부탁해요』라는 연출자 김재순PD의 사인이 떨어지자 거짓말처럼 비가 쏟아졌고, 『가짜 비 쯤이야…』하며 대수롭지 않게 지켜보던 구경꾼들은 비를 피해 이리저리 뛰기 시작했다. 「봉이 김선달」의 비 만드는 비법은 이렇다. 물탱크가 설치돼 있는 특수트럭의 모터를 가동하면 안테나처럼 생긴 7m 높이의 스탠드 분사기를 통해 비가 내리게 된다. 분사기 끝에 있는 구멍의 종류에 따라 이슬비, 중간 비, 소나기처럼 굵은 비 등 세종류로 조절된다. 최대 살수량(撒水量)은 약 4t이고 시간으로 따지면 10분 정도가 가능하다. 빗물의 값은 출장비 포함 90만원. 원래 폭파전문인 이 특수효과 업체는 비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늘자 1년전부터 빗물공급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영화 「귀천도」 「접속」의 비도 이들이 만들었다. 과거 소방차로 뿜어내는 비는 수압이 세고 구멍이 큰데다 비가 내리는 방향이나 양을 조절할 수가 없어 「물폭탄」에 가까웠다. 영하 5도의 날씨에 비를 맞아 내의까지 흠뻑 젖은 정준호는 완전히 동태가 됐다면서도 『진짜 비같다』며 신기해하는 표정이었다. 서로 사랑하지만 남자의 아버지와 여자의 어머니가 재혼함으로써 남매가 된 연인의 아픔을 그린 이 드라마는 22일 첫회(밤8.50)가 방영된다. 〈춘천〓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