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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손근찬/국립의료원 폐쇄결정 철회하라

입력 | 1997-10-17 08:08:00


정부가 반세기 가까운 역사와 전통의 국립의료원 문을 닫기로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매각대금 일부로 서울 인근에 국립응급의료센터를 세우고 부족한 응급의료기금으로 적립하며 또 일부는 국립암연구소 건축비와 시설자금으로 충당한다는 설명이다.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며, 1년에 약 50억원이나 부족하니 시장원리에 의해 자립이 안된다며 기능개편을 한다지만 사실은 공중분해다. 국립의료원은 6.25 후 스칸디나비아 3국과 유엔의 도움을 받아 당시로서는 동양 최고의 시설과 우수 의료진으로 설립됐다. 전쟁으로 파괴된 우리나라 의료를 일으키고 한국의학의 현대화를 이루는데 촉매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런 명성의 국립의료원이 정부로 이양된 후 투자부족과 시설 및 장비노후화, 경영악화 등으로 민간의료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졌다. 그러면서도 진료와 공익기능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국립병원 본래의 역할 수행에 노력해 왔다. 저소득 의료보험환자와 영세민을 민간병원보다 월등히 많이 진료하며 만성신부전증 환자를 무료 또는 저렴한 의료비로 돌보고 있다. 의료비 절감을 위한 정부시책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을뿐 아니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괌 KAL기추락사고등 국가적 재난이발생하면국내외현장에 제일 먼저 의료진을 파견한다. 국내외 주요행사와 외국귀빈 방한시 의료지원도 맡고 있다. 이럴진대 국립병원의 적자운영은 당연한 것이다. 시장원리가 기본전제인 선진국도 의료공급체계만은 국공립병원 위주로 되어 있어 공공의료기관이 전체 의료기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일본 32.8%, 미국 43.6%, 독일 52.1%, 프랑스 69.0%다. 우리나라는 13.3%에 불과하다. 복지사회를 구현한다면서 국책중앙병원 하나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다면 이는 전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다. 폐쇄한 다음 설립에 도움을 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할까. 남북통일이 될 때도 제몫을 다할 수 있으리라 본다. 정부의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 대안으로 의료원을 존속시키면서 본래 기능을 유지하고 응급의료기능을 보강하는 확대개편을 생각할 수 있다. 민간의료기관에서 기피하는 의료보호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진료기능을 유지하되 특수법인으로 전환, 독자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탄력성을 부여하는 방안도 있다. 국립의료원이 복지사회 구현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을 기대한다. 손근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