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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그룹 진로-파장]3개계열사 눈덩이적자 禍불러

입력 | 1997-07-15 20:11:00


기아그룹이 끝내 「부실징후기업의 정상화 촉진과 부실채권의 효율적 정리를 위한 금융기관협약」(부도유예협약)이라는 「링거 주사」에 의존하게 된 것은 기아특수강 아시아자동차 ㈜기산 등 3개 주력 계열사가 함께 그룹의 목을 졸랐기 때문이다. 작년말 결산 당시 기아특수강은 8백95억원, 아시아자동차는 2백94억원, 기산은 67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각각 냈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과당경쟁으로 불과 70억원의 순이익을 건진 그룹 주력사인 기아자동차의 숨을 누른 셈이다. 기아자동차는 이 때문에 기산에 1천2백15억원, 아시아자동차에 1천1백52억원, 기아특수강에 4백57억원 등 모두 2천8백24억원을 빌려줬다. 이들 계열사가 자금조달을 할 때 서준 빚보증만도 7천억원을 웃돈다. 그룹 전체의 자금압박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던 와중에 진로와 대농그룹이 한달 간격으로 부도유예협약에 의존하게 되자 종합금융사 등 담보없이 거액을 대출해주던 제2금융권에서는 돈을 물릴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의 「리스트」를 만들었다. 맨먼저 표적이 된 것은 아시아자동차. 일거에 자금회수요청이 몰리자 기아그룹은 아시아자동차의 광주 내방동 부지 25만6천여평 등을 팔아 7천9백여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물리면 안된다』는 제2금융권의 자금회수 작업은 집요했다. 제일은행은 제2금융권에 대출금 회수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오히려 아시아자동차 외에 기아특수강과 기산, 그리고 기아자동차를 포함한 기아그룹 계열사 전체로 자금압박이 퍼지면서 더 심화했다. 급기야 金善弘(김선홍)회장은 지난달 24,25일 재정경제원과 제일은행을 잇따라 방문해 「도와달라」는 구조요청을 했다. 재경원의 『기아그룹을 일시적인 자금압박 때문에 부도낼 수는 없다』는 방침이 나오자 종금사들은 대출기간을 연장했다. 그러나 연장기간은 불과 1∼3일에 불과하고 일부 지방 종금사는 기어이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이 때문에 최근 2개월 사이 제일은행이 대신 갚은 기아그룹의 빚은 8백여억원. 한보그룹에 1조원 넘게 물려 흔들려 온 제일은행은 기아에 함께 거액을 대출해 준 다른 은행들에 『긴급자금 지원부담을 나누자』고 요청했으나 역시 실질적인 지원은 오지 않았다는 것이 은행실무자들의 전언이다. 결국 이달 들어 기아그룹 앞으로 하루평균 1천5백억원의 만기어음이 돌아왔고 14일에는 제일은행에서만 1백억원을 지원해 부도위기를 넘겼다. 柳時烈(유시열)제일은행장은 이날 김회장을 은행에서 만나 장시간 위기타개책을 논의했으나 기아그룹의 「자금조달 불능」을 확인했다. 〈윤희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