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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장영주/비인기 스포츠도 밀어주자

입력 | 1997-07-09 07:46:00


지난달 25일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대한체육회는 국제대회에서 더 많은 메달을 따기 위해 선수강화훈련비의 대폭적인 감축과 함께 일부 종목에 대한 집중투자계획을 논의했다고 한다. 메달획득 가능성이 희박한 종목은 과감히 훈련인원을 줄이거나 아예 국가선수촌에서 퇴촌시키고 일정 수준에 오를 때까지 각 경기단체의 책임하에 육성하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남는 재원은 유망종목에 집중투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이 실현된다면 지원이 중단된 종목은 큰 타격을 입고 정체 또는 후퇴의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의 엘리트 스포츠가 현재의 수준에 이른 것은 오랜 노력과 지속적인 투자의 산물이지 하루 아침에 얻어진 성과가 아니다. 효율적인 투자를 위해 다운사이징을 하겠다는 데는 이의가 없지만 감축안이 과연 공정한 잣대에 의해 입안되었는지, 미래를 내다보는 거시적 차원의 검토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오늘날 세계정상권인 배드민턴 필드하키 펜싱 등의 종목은 70년 전후만 하더라도 아시아권에서조차 밑바닥을 헤맸다. 레슬링도 장창선선수를 배출하기 이전에는 저조했다. 하지만 집중적인 강화훈련 결과 이들 종목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이번 조치는 지금까지의 노력과 지원으로 기량에 탄력이 붙어 테이크오프 단계에 접어든 종목에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감축안에서는 이른바 인기종목은 거의 손대지 않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데 방송매체가 자주 중계하는 축구 남자농구 아이스하키 등이 세계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기량을 갖췄다고 믿는 사람은 드물다. 인기종목이라고 집중지원종목으로 우대하고 비인기종목이라고 무참히 지원을 중단한다면 이는 한국 스포츠의 균형있는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갑자기 일부 종목에 대한 지원을 끊고 발전의 책임을 경기단체에 떠넘기는 식의 정책도 문제다. 비인기종목은 자체 수입이 전혀 없이 단체운영조차 오직 회장단의 찬조금에 의존하는 어려운 실정인데 무슨 수로 부족한 지도자와 우수선수를 양성하라는 말인가. 스포츠정책 입안자는 성장이 더디고 부실한 유실수일수록 정성을 다해 가꾸는 농부의 마음을 헤아렸으면 한다. 한국 스포츠의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원중단이라는 극약처방보다 요트를 비롯한 일부 종목의 운동용구에 과다하게 부과되는 특별소비세를 감면하는 등 제도개선에 힘써 자생력을 길러주는 것이 통할단체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장영주(전 대한요트협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