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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건물 미술품 의무화」폐지추진 이견 『팽팽』

입력 | 1997-07-08 20:11:00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규제완화도 좋지만 왜 하필 「문화」가 희생양이 돼야 하는가』 대형건물의 미술품설치 의무화 제도를 폐지하려는 정부 방침(본보 6월28일자 보도)이 전해지자 미술계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국의 「몰(沒)문화 마인드」가 얼마나 중증인지 다시 한번 확인케 됐다는 자조섞인 분석도 나왔다. 지난 2일 총리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추진회의는 격론끝에 문화예술진흥법 11조의 개정을 보류, 소위원회에서 추가 논의토록 결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세로 시작된 「빌딩미술품 논란」이 제2라운드에 접어든 셈. 회의에서는 건축주의 자율성 보장을 명분으로 내건 경제부처의 폐지론과 문화공간 확보를 주장한 문화체육부의 존속론이 팽팽히 맞섰다. 박동서행정쇄신위원장 등 3명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는 각계 의견을 수렴해 이달말 최종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한국미술협회 화랑협회 등 관련단체들은 문예진흥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시대의 흐름을 거꾸로 돌리려는 처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화랑협회(회장 노승진)는 최근 문체부에 보낸 의견서를 통해 『우리 사회가 문화예술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며 『삭막한 도시환경에 활력과 여유를 불어 넣으려면 오히려 좀더 강력한 시행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회장은 『운영상의 부작용을 이유로 시행한지 2년밖에 안된 제도를 없애려는 것은 사려깊지 못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실무부서에서도 문제점 보완에 나서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서울시는 문예진흥 조례를 개정, 대형건물 미술품 심사위원을 50명으로 늘리고 구청이 작품의 사후관리를 책임지고 점검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미술위원 11명이 심의를 전담한 탓에 담합 및 로비의혹이 제기돼 왔고 애써 만든 작품이 건축주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흉물로 방치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현재 정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건축주 의무조항은 그대로 두되 조형물의 종류를 문체부장관이 지정하는 문화예술시설로 다양화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도시공간을 멋스럽게 가꾸자는 취지로 도입된 이 제도가 존폐위기에까지 몰린데는 문화계의 책임이 크다는 자성론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미술 관계자는 『행여 특정집단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기회에 제도적 보완책을 폭넓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