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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대선「高비용 굴레」]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 1997-04-21 20:12:00


『李會昌(이회창)대표가 지난달 13일 대표로 선출된 직후 내게 사무총장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 처음에는 거절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총장을 맡아 대선을 치르면 나중에 갈 곳은 교도소밖에 없다」는 게 내가 거절했던 이유였다. 이대표도 내 말을 무척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앞으로 대책을 강구해보자」고 말해 총장직을 수락했다』 신한국당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는 朴寬用(박관용)사무총장이 최근 사석에서 털어놓은 솔직한 이야기다. 그동안 역대정권은 대선자금이라는 「원죄(原罪)」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대선자금문제는 과거만의 문제가 아니라 15대 대선이 8개월여 남은 지금 정치권이 당면한 「현안」이다. 현재와 같은 정치풍토와 선거법 하에서는 이번 대선 역시 「교도소 담 위」에서 치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의 후보별 법정선거비용 한도액은 5백20억원가량(선관위 잠정추계). 이 정도로는 법정선거운동기간의 기본경비를 충당하기에도 턱없이 모자랄 것이라는 데는 여야 모두 이견이 없다. 현재 여야 할 것없이 대선후보주자들은 경선출마 채비를 갖추고 경쟁적으로 세확대 및 이미지홍보에 나서고 있는데 여기에 드는 돈도 일반의 상식으로는 대선자금에 속한다. 결국 지금 여야 대선주자들은 대선자금이라는 「원죄」를 이미 저지르고 있다고 보면 된다. 92년 대선 당시 민간연구소들의 대선자금 추정액은 1조원에서 2조5천억원에 이르렀다. 반면 신고액은 당시 김영삼후보 2백84억원, 金大中(김대중)후보 2백7억원, 鄭周永(정주영)후보 2백20억원에 불과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선거법과 제도는 이중의 불법을 조장하고 있다. 선거비용초과사용도 문제지만 음성적인 자금조달이 더욱 원천적인 문제다. 그러나 「모 아니면 도」식으로 각 정치세력이 대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 그리고 법과 제도의 획기적인 개선이 없는 한 똑같은 불행이 반복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임채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