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전문가가 본 황장엽성명]「하나의 조선論」혼란 올수도

입력 | 1997-04-21 20:12:00


전 북한노동당비서 黃長燁(황장엽)씨가 20일 도착성명과 기자회견에서 밝힌 자신의 「입국성격」과 「대국민 사죄문제」 등을 놓고 전문가들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황씨가 기자회견에서 『나는 갈라진 조국의 한 부분을 조국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따라서 망명이나 귀순은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밝힌 대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발언은 황씨의 입국성격에 관한 문제로 국내 전문가들은 대체로 황씨의 경우 일반적 귀순자들이 절차를 밟아온 사상전향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金昌順(김창순)북한문제연구소 이사장은 『황씨의 발언으로 볼때 황씨는 「하나의 조선」논리로 아직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자칫 국민들의 인식을 흐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全寅永(전인영)서울대교수는 『북한의 핵심권부에 있었던 사람으로 최근 실정을 비관, 남한에 와서 통일에 일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며 『한쪽을 버리고 한쪽을 택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李鍾奭(이종석)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도착성격이 불투명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와 관련, 그 대응에서도 전문가들은 시각차이를 보였다. 김이사장은 『대한민국에 망명한 만큼 적법한 신문절차가 끝나는대로 분명한 사상검증을 거쳐 사상전향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종석위원은 『주체사상의 대가로 70세가 넘는 황씨를 캐물어서 항복받는 것은 냉전의식의 발로』라고 말했다. 둘째로 황씨의 『민족앞에 사죄한다』는 발언과 6.25의 「전범(戰犯)처리」문제가 갖는 상관관계다. 전인영 교수는 『황씨가 6.25전쟁 당시 소련유학중이었고 그 이후에도 이데올로기문제를 담당했던 사람으로 군부와는 거리가 있었다』며 『다만 그 자신도 북한통치의 중요한 한 축을 맡아 왔다는 점에서 북한체제 실정에 일말의 책임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창순 이사장은 『아직 황씨의 실상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섣부른 평가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셋째로 황씨가 북한체제에 대해서는 「봉건주의」 「군국주의」라고 신랄히 비난하면서도 정작 그 통치이념적 근간이 돼 온 주체사상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인영 교수는 『황씨는 자신이 주체사상을 통해 구현하려고 했던 인간적 사회주의와 북한의 지금 실상이 거리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을 것』이라며 『따라서 황씨는 자신의 주체사상에 대해 폄하할 생각은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종석위원도 『주체사상은 차츰 혁명적 수령관을 강조, 金日成(김일성) 金正日(김정일)의 개인숭배 도구로 변질되기 시작했다』며 『이 과정에서 황씨가 생각한 주체사상은 대외용으로 묵인된 것으로 북한의 통치이념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위원은 『북한노동당 국제담당비서(황씨)라면 국제부장을 겸직하는 것이 관례인데도 국제부장은 玄俊極(현준극)이 맡아왔다』며 『따라서 황씨는 사상지도의 상징적 인물로 머물렀던 것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정리〓정연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