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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자동차 조업단축 심상찮다

입력 | 1997-04-13 19:58:00


현대자동차가 당초 12일까지로 예정했던 조업단축(操業短縮)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결정했는가 하면 기아자동차도 지난 주말부터 일부 차종의 완성차 생산을 줄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자동차업계의 조업단축이 심상치 않다. 자동차산업은 기간산업이자 1만여개의 부품업체를 거느리고 있는 조립산업이다. 때문에 완성차업계의 조업단축은 곧바로 부품업체의 생산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가 조업단축으로 한주일 생산대수를 4천대씩 줄임에 따라 이미 울산지역 10여개 1차 협력업체들이 연쇄적으로 조업단축을 시작했고 2차 협력업체들도 곧 부품생산 감축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것이 가깝게는 해당업체의 경영난과 소속근로자의 소득감소, 지역경제위축으로 이어지고 끝내 우리경제의 불황탈출을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되는 국면이다. 자동차업계의 조업단축은 아직은 하루 8시간 근무를 계속하되 잔업을 줄이는 방식으로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엔화가치의 하락까지 겹쳐 내수뿐 아니라 수출도 함께 부진하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안에는 정상조업이 불가능하리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안팎상황이 우리 자동차산업의 좌절로 이어진다면 큰일이다. 자동차산업의 경기회복을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과 업계의 전략수정이 시급하다. 자동차 내수가 크게 줄어든 것은 불황이 깊고 장래전망 또한 불투명해 고용과 소득이 불안한 때문이다. 그러나 또다른 원인으로 내수가 이제 한계에 이른 때문은 아닌지도 생각해볼 단계가 되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도로의 총길이를 기준으로 한 우리나라의 자동차밀도는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중 가장 높다. 때문에 대도시의 교통체증이나 주차난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업계가 건의하고 있는대로 자동차 관련세금을 경감한다면 단기적으로 내수판매가 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내수에 크게 의존하는 판매전략의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 국산차의 내수판매는 미국 등의 높아가는 압력으로 시장이 더욱 개방될 경우 그만큼 영향을 받을 것이다. 특히 일본 소형차의 국내상륙을 경계해야 한다. 자동차산업의 돌파구는 두말할 것 없이 수출쪽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수출전략부터 재점검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우리는 가격과 품질 뿐아니라 디자인이나 고객선호도 면에서 세계에 우뚝한 주력차종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전차종에 걸쳐 경쟁력이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겠으나 하나만이라도 꾸준하게 수출을 주도할 차종을 개발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업계 스스로 나열식 시설경쟁에서 벗어나 생산체제를 전문화하고 어떤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시장전략도 빨리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