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오늘과 내일]민주계에게 드리는 쓴소리

입력 | 1997-04-07 21:53:00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만들고 또 「김영삼대통령」을 만들어 낸 신한국당내 민주계가 요즘 무척 분주한 모양이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崔炯佑(최형우)고문의 쾌유를 비느라, 뿔뿔이 흩어진 계파를 추스르고 동지적 결속을 다지느라 거의 매일 이런 저런 모임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 인간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수십년 동지들끼리 갖는 모임에 대해 「밤놔라 대추놔라」 깊이 참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들의 입에서 다시 「정권재창출」이라는 말이 오르내리는 상황은 한번 짚고 넘어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정권 재창출 바쁜 움직임 ▼ 불과 두달전, 계파 동지들이 거액의 한보자금을 받은 혐의로 줄줄이 구속될 때만해도 민주계는 마치 초상집같은 분위기였다. 『이제 민주계가 주축이 된 정권재창출은 끝났다』는 얘기도 계파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간 흘렀다는 것외에 사태의 본질이 달라지거나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국민들의 「건망증」을 믿지 않는다면 도저히 그런 얘기가 나올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정치는 망해도 정치인은 사는 나라」 「시간만 지나면 아무리 큰 허물도 덮어지는, 참으로 정치하기 쉬운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당사자들은 야속하고 억울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은 민주계가 나설 때가 아니다. 들려오는 얘기에 의하면 김대통령은 요즘 이런 저런 걱정 때문에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고 한다. 설령 민주계 사람들 개개인은 무구(無垢)할는지 모르나 계파의 장(長)이 겪고 있는 처지를 생각해서라도 지금은 자중 자숙하는 것이 옳은 자세다. 정치적 측면을 봐도 그렇다. 현재 신한국당내 민주계는 과거 92년 대선 때 민자당내 민정계처럼 외형상 대의원 세(勢)가 압도적이다. 민주계가 단합해서 행동통일만 하면 당의 대통령후보를 만들어 내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이 때문에 이른바 대선주자들도 너나없이 민주계를 업기 위해 심혈을 쏟는 게 현재의 신한국당 모습이다. 눈앞에 닥친 경선 상황만 생각하면 이해못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과거의 민정계와 현재의 민주계는 또 다르다. 민정계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별다른 기대를 모으지도 못했다. 반면 민주계는 스스로 개혁세력, 깨끗한 정치의 주역을 자임했고 국민들이 거는 기대도 대단했다. 그래서 실망과 허탈감도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말을 바꾸면 민주계의 국정운영 능력은 이미 그렇게 검증됐다는 얘기다. 아니 7일의 첫 국회 한보청문회에서 보듯 검증이 끝난 것도 아니다. 또 무슨 일이 몰아닥칠는지 알 수도 없고 계파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는지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지금은 자중 자숙할 때라는 말은 바로 이런 정황을 염두에 두고 몸가짐을 다시 가다듬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 국민앞에 「告解」 먼저 ▼ 물론 나름대로 국민적 지지를 받아 형성된 정치세력에 대해 그 누구도 정치를 하라 하지말라 하는 오만한 주문을 할 수는 없다. 정권재창출을 하든, 누구를 업고 뛰든 그것은 스스로 알아서들 할 일이다. 다만 민주계의 경우 다시 국정을 맡겨달라고 나서려면 지난 4년간 집권과정에서의 족적과 잘잘못에 대한 「고해(告解)」는 하고 시작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그것이 언필칭 「나라의 앞날을 위해」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국민앞에 보여주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기 때문이다. 이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