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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마케팅]불황맞은 백화점등 향토물산전 승부

입력 | 1997-04-07 09:14:00


「백화점에 고향의 봄향기가 물씬」. 지난달 23일 서울 청량리 롯데백화점 매장. 진열대에 가득 쌓인 갖가지 농수축산물이 보기만 해도 풍성했다. 『어린 시절 고향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이곳을 찾은 주부 金善花(김선화·45·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씨의 얼굴은 고향의 정취에 흠뻑 취해 있는 듯했다. 이 백화점이 올해 벌써 다섯번째 가진 향토물산전의 모습이다. 이곳만이 아니라 올해들어 백화점마다 향토물산전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해외특산물전이 유행을 이루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랜드백화점은 지난 2월과 3월에 제주도와 전남 향토물산전을 열었다. 현대백화점도 1월과 3월 강원향토물산전과 전국우수 농수축산물 품질 인증 상품전을 각각 개최했으며 분당 블루힐은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전남향토물산전을 가졌다. 거의 두달에 한번 꼴이다. 특히 올해 열린 향토물산전은 종래의 농수축산물 특판전과 비교할 때 매우 다양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껏 농수축산물 등 식품류에 머물던 것에서 한발 나아가 공예품 미술품 진도개까지 진열되고 있다. 그리고 남도소리 한마당과 회화 전시회 등 향토예술까지 함께 펼쳐져 「지역박람회」라고 부를 만하다. 지자체의 「판촉활동」지원도 눈에 띈다. 許京萬(허경만)전남, 愼久範(신구범)제주지사는 자기 지역 물산전에 직접 참가했다. 백화점들이 올들어 향토물산전을 경쟁적으로 여는 데는 「계산」이 깔려있다. 일단 「저비용 고수익」의 효과가 있어 불황인 요즘에는 적격이다. 직거래 방식이라 상품 가격이 시중가보다 싸고 행사준비를 위해 특별히 돈들일 것도 없다. 백화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도 효과만점이다. 값비싼 소비재를 해외에서 수입해 팔면서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았던 백화점이 『지역사랑에 나섰다』는 칭찬을 듣고 싶은 것이다. 〈이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