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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화제]「동물 바위」등산가 경찰청 장석민 경장

입력 | 1997-03-26 08:25:00


[이인철기자] 경찰청 통신관리관실 장석민경장(40)이 산에 오르는 이유는 색다르다. 동물모양의 기암괴석을 찾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서다. 고교때부터 산을 탄 그는 경찰청 무궁화산악회 등반대장도 맡고 있는 경력 16년의 등산 베테랑. 특히 8년전 북한산 비봉 바위능선에서 암벽을 기어오르는 곰의 형상을 우연히 발견한 뒤부터는 동물모양의 바위를 좇아 산을 뒤지고 다녔다. 돼지머리 멧돼지 두꺼비 비둘기 달팽이 개구리 고릴라 구렁이 코끼리…. 특색이 없는 것같은 바위도 요모조모 여러 각도에서 뜯어보면 별의 별 형상이 다 나온다. 『정말 신비로울 뿐입니다. 장구한 세월에 걸쳐 비바람에 깎이면서 어떻게 저런 오묘한 형상이 빚어졌을까 생각하면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앞섭니다』 지금까지 북한산 관악산 수락산 등에서 발견한 모양은 80여가지이고 이중 50가지는 북한산에서 찾아냈다. 그는 이 사진들을 모아 지난 16일부터 한달동안 북한산국립공원 서부관리사무소앞(156번 버스종점)에서 「기암사진모음전」을 열고 있다. 그의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숲이 우거져 시야를 가리거나 날씨가 나쁘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기 때문에 몇 계절씩 기다리기 일쑤여서 열번이상 올라가야 한다. 동물모양이 쉽게 찾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항상 동물도감을 보며 상상력을 키운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가파른 암벽에 자일로 몸을 묶은 채 거꾸로 매달려야 할 때도 많다. 그래서 맨손 암벽등반도 배웠지만 아내는 늘 노심초사다. 이제는 그의 사진이 가끔 신문에 실리면서 이름이 알려져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한때는 대구에 사는 노인 9명이 『더 늙기 전에 직접 실물을 보고 싶으니 함께 가보자』고 조르는 바람에 산 정상까지 안내하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수십년 북한산을 다녔지만 그런 모양은 없다. 거짓말이다』며 시비를 걸기도 하고 산꼭대기에서 휴대전화로 위치를 물어오기도 한다. 그는 사비 2백여만원을 들여 기암괴석 사진을 담은 팜플렛 6천여장을 제작, 초등학교에도 배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