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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100세/DHEA]「회춘」밝혀진 것 없다

입력 | 1997-03-24 07:47:00


[김학진기자] 김모씨는 50대 중반. 얼마전 부인과 잠자리를 함께했다가 큰 낭패를 당했다. 오랜만에 부인과 「사랑」을 나눈 것까지는 좋았는데 성관계 후에도 발기된 「남성」이 계속 수그러들지 않아 아랫도리를 움켜쥔채 병원에 달려간 것이다. 한달전 미국 출장을 다녀온 아들이 정력에 좋다는 DHEA란 호르몬제를 사온 것이 화근이었다. 평소 발기부전으로 고생해온 김씨는 「남성」을 세우기 위해 혈관확장제 주사를 이용했는데 이 약을 복용한후 엉뚱한 부작용이 생긴 것이었다. 분당 차병원 김영찬비뇨기과장은 『김씨의 경우 DHEA의 많은 작용중에 혈액을 끈적끈적하게 만드는 기능 때문에 주사를 맞고 발기될 때 성기로 유입된 피가 성교후에도 빠져나가지 않아 생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미국에서 반입이 급증하고 있는 DHEA의 무분별한 복용은 자칫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김과장의 얘기다. 미국에서는 슈퍼마켓에서 의사의 처방 없이 DHEA를 한 병에 10달러(약 8천5백원)만 주면 살 수 있다. 매스컴에서 이 약을 「기적의 회춘제」로 선전하면서 해외교포나 출장자를 통해 대량 국내로 유입되고 있다. DHEA는 남녀의 부신(副腎)에서 생산되는 성호르몬의 일종.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마찬가지로 20대 초반에 많이 분비되다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줄어든다. 이 약은 지난해초 △면역체계를 보호하고 △당뇨병을 예방하며 △학습 기억능력을 향상시키고 △비만을 방지한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온 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도 이 약의 비처방 판매를 승인했다. 그러나 DHEA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일부 소규모 임상실험에서 「기력과 성욕이 증진됐고 부작용은 없었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장기적인 효과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국내에서는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팀이 올해초 50∼80세 남녀를 대상으로 하루 25㎎씩 DHEA를 투여한 결과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DHEA농도는 모두 청년기의 최대 수치까지 증가했지만 정력이 증진되고 피로감이 줄어든 사람은 없었다는 것이다. 성의학전문의 설현욱박사는 『여성의 경우 성호르몬의 투여가 골다공증같은 갱년기 질환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지만 이것을 밝혀내는데 1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며 『DHEA도 효능과 부작용을 확인하려면 그만큼 시간이 지나야 한다』고 말했다. 회춘호르몬으로는 DHEA외에 멜라토닌과 테스토스테론이 있다. 멜라토닌은 뇌의 송과선(松果腺)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숙면효과 △노화방지 △면역강화 △암예방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HEA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처방전 없이 싼값에 구입할 수 있는 건강보조식품. 그러나 의사들은 비행기여행을 할 때 멜라토닌을 복용하면 잠을 충분히 잘 수 있어 시차적응이 잘 되는 것은 인정하지만 노화나 암을 예방하고 젊게 만든다는 주장은 근거없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