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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부끄러운 문화답사기」

입력 | 1997-03-20 08:59:00


[이광표 기자] 광복 52년, 문화유산의 해. 우리의 문화재 속에 일제의 잔재는 과연 얼마나 남아있을까. 이것들이 우리의 의식을 얼마나 좀먹고 있을까. 우리 국토 도처에 산재해 있는 일제 잔재 22곳을 직접 찾아 그 부끄러운 역사와 현실태를 고발한 젊은이들의 현장보고서. 『일제가 남겨놓은 부끄러운 문화만큼은 전국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대체로 잘 보존돼 있었다』는 이들의 말은 충격을 넘어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이들은 민족정기를 훼손하기 위해 일제가 박아놓은 쇠말뚝을 찾아 그 위치를 기록하고 직접 말뚝을 제거했다.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된 인사중 친일문제 시비가 일고 있는 사람들의 행적에 대한 준엄한 비판도 들어있다. 진주 촉석루에 이르면 논개 영정이 친일 화가 김은호의 작품이라는 사실과 이 그림을 제거하기 위한 진주시민들의 몸부림을 접하게 된다. 또한 신라 천년고도 경주의 농촌지도소건물이 일본 신사였다는 점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일제 치안유지법의 산실인 서울의 옛 대법원 건물, 일제 식민문화의 홍보 창구 역할을 했던 서울시의회 건물 등 건축물에 숨겨진 일제의 흔적도 잘 드러나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옛 조선총독부 건물이 완전 철거됐음에도 불구하고 95년 8월 건물 첨탑 철거까지의 상황만을 기록한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록문학회 지음(실천문학사·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