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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부도/도미노 공포]「금융대란說」불안 확산

입력 | 1997-03-20 07:48:00


[이영이·허문명기자] 한보그룹에 이어 삼미그룹까지 무너지자 금융권과 재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금융관계자들은 그동안 증권가를 중심으로 떠돌던 「4,5월 금융대란설」이 사실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며 금융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권은 한보철강이 발행한 채권만기일이 오는 4월에 집중돼 있어 자금시장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되는데다 이미 일부 중견그룹들의 자금난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있어 4,5월중 대기업의 연쇄부도가 나타나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재정경제원 금융실 관계자도 『임금 땅값 금리 물류비용 등 생산에 들어가는 요소비용이 높은 상황에서 경기침체가 겹쳐 작년말부터 4, 5개 중견그룹이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해 부도위기에 몰려있다는 얘기가 금융시장으로부터 들려오고 있다』며 삼미가 신호탄이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했다. 삼미 부도소식이 전해진 19일 실제로 자금시장은 부도설이 거론된 일부 중견기업과 거래은행 주가가 내려앉는 등 긴박한 모습이었다. 더욱이 외화조달창구인 국내은행들은 한보부도로 해외에서 신용도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이번 사태까지 겹쳐 외화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환투기 등 외환시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대기업들이 납품대금으로 발행하는 어음의 결제기간이 작년 90일에서 요즘 1백10일까지 늦어져 우리같은 중소기업들은 최악의 자금난을 맞고 있습니다. 게다가 경비절감을 내세워 대기업들이 납품물량도 작년의 절반으로 줄이고 있어 죽을 지경입니다』(중소기업 P사장) 최근들어 대기업들마저 자금사정이 나빠지자 중소 협력업체들은 더욱 심각한 자금난에 빠져들고 있으며 특히 삼미 거래업체들의 연쇄부도사태가 우려되는 상황. 삼미특수강의 한 대리점 관계자는 『건축경기침체에 한보사태까지 겹쳐 자금사정이 나빠질대로 나빠진데다 삼미의 법정관리신청으로 제품출고마저 정지돼 50여개 대리점과 수백여개의 철강제품 가공공장들이 곧 부도가 날 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사채시장에서도 어음할인율이 1백일기준 10∼20%선까지 올랐으며 일부 자금사정이 안좋다고 소문난 대기업들은 부르는게 값이라는 것. 실제로 19일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중소기업 납품대금 결제실태에 따르면 제조업체의 경우 납품대금으로 받는 어음의 평균만기일이 한보부도 전에는 95.3일이었으나 최근 1백8.1일로 12.8일이나 늘어났다. 또 섬유 등 일부업종에서는 23.1일이 늘어난 1백20.6일까지 늦어지는 등 자금회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의 대출금리도 운전자금(어음할인 포함)의 경우 연11.54%에서 12.17%로 0.63%포인트 높아졌으며 시설자금은 연8.71%에서 8.94%로 0.23%포인트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