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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검찰비판 광고」다시 한번 읽도록

입력 | 1997-02-28 20:24:00


▼한 기업인이 자기돈으로 낸 검찰비판 광고가 장안의 화제다. 「마피아의 총대로 만든 잣대」라는 제목의 이 광고는 『한보비리에 대한 검찰수사 발표를 보면서 나는 도대체 검찰의 잣대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를 생각한다』로 시작된다. 검찰이 들고 있는 법이라는 잣대가 사람에 따라 때에 따라 편리하게 이용되는 현실을 개탄한 광고다 ▼정말 문민 검찰의 잣대에는 눈금이나 기준이 없다. 12.12 및 5.18사건이나 「20억+α」설 그리고 이번의 한보사건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태도를 보면 그 잣대는 요술방망이처럼 잘도 바뀐다. 권력만 있으면 법은 여러가지 얼굴로 변형시킬 수 있는 모양이다. 한때 유전무죄(有錢無罪)라는 말이 유행했지만 요즈음은 유권무죄(有權無罪) 세상인 것도 같다. 검찰이 권력의 시녀, 권력의 도구라고 해도 그게 생소하게 들리지 않는 세태다 ▼우리 검찰은 국가소추권을 독점하고 있는 막강한 권력기관이지만 임명권자의 말 한마디에 갈대 휘듯 할 수밖에 없는 체질이다. 검찰인사방식부터가 객관성이 없고 또 「대통령 사람」들로 채워져 있으니 해바라기체질은 어쩔 수 없는지 모른다. 집권당의 정치적 이해나 득실을 항상 먼저 헤아려 처신해야 한다. 사회정의나 공익에 대한 판단 순위가 정치권력의 요구를 앞설 수 없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중국의 진시황을 매료시켰던 한(韓)나라의 非(비)라는 사람은 법의 절대성을 강조하며 국가경영에 있어서는 정(情)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고 했다. 지나친 법치주의가 진나라의 멸망을 가져왔다는 주장도 많지만 지금은 2천2백년전의 그 얘기도 되새겨 볼 만하다. 검찰내부에서는 이 광고에 대해 볼멘소리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법과 정의 그리고 양심이라는 말을 가슴에 두면서 이번 광고를 다시 한번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