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기자] 鄧小平(등소평)의 사망이 지난 89년 천안문사태로 축출된 당시 중국의 실력자 趙紫陽(조자양·78) 전당총서기의 복권으로 이어질까. 조의 거취 문제는 단순히 한 개인의 정치적 장래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등의 사망을 계기로 중국 최고 지도층의 권력 개편이 있을 것인가와 천안문사태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가 내려질 것인가를 가늠하는 풍향계가 되고 있다. 특히 등이 사망하기 이전인 95년부터 조가 당국의 허용 아래 골프를 치고 제한적으로 여행을 한 것이 드러나면서 등소평의 사망설 만큼이나 조의 고위직 복귀설은 끈질지게 흘러나왔다. 조는 92년 10월 공산당 중앙위 전체회의인 13기9중전회에서 「국가의 기밀을 누설하고 당을 분열시킨 과오」를 범했다는 판정을 받아 당적만 보유한 채 모든 직위를 박탈당하고 북경의 자택에서 사실상 연금상태에 있었다. 지난 89년 천안문 사태 당시 李鵬(이붕)과 江澤民(강택민) 등 강경파가 무력 진압을 주장했던 것과는 달리 당시 등의 왼팔로 당총서기직을 맡고 있던 조자양은 군동원과 계엄 선포에 반대함으로써 온건노선을 걸었다. 때문에 조자양은 천안문 사태이후 학생들의 시위를 배후조종한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았으나 결국 「시위 배후 조종」에 관해서는 무죄 판정을 받았고 그 이후 「국가 기밀 누설」이라는 엉뚱한 죄목으로 연금생활을 해왔다. 조는 특히 『천안문광장에서 학생들과 대화한 것은 일생 가운데 최고의 일이었으며 「올바른 결단」이었다』고 고집을 굽히지 않아 등소평을 비롯한 권력 핵심부로부터 외면을 받아왔다. 때문에 중국 당국은 골프나 내륙 여행은 제한적으로 허용하면서도 기자접촉 금지 외출제한 등 엄격한 통제를 했으며 조의 측근들을 차례로 제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의 거취가 관심을 끄는 것은 중국의 현지도층이 권력 공고화를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천안문 사태에 대한 역사적 성격을 규정지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택동의 사망후 등소평이 바로 복권한 것처럼 등의 사망으로 조자양이 정치의 중심권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무리다. 고령인 그의 나이도 그렇거니와 무엇보다 천안문사태때 그와 맞섰던 강경파 강택민 이붕 및 喬石(교석) 등이 현집권층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자양은 한때 등소평의 지지를 업고 줄기차게 개혁을 주창해왔으며 사천(四川)성 제1서기직 재임시 농업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데서 보듯 능력과 경륜을 갖춘 인물이어서 현지도부와의 대타협을 통해 의외로 복권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조자양의 복권여부는 결국 천안문 사태에 대한 현지도부의 역사적 평가와 맞닿아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