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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발뺌하는 韓부총리

입력 | 1997-02-18 20:11:00


한보비리사건에 책임이 없다는 韓昇洙(한승수)경제부총리의 발뺌에 국민들은 경악하고 있다. 한보비리사건은 정부수립이후 최대의 권력형 금융부정사건이다. 그런데도 이 사건에 책임있는 사람이 정부내에 아무도 없다는 것인가. 한마디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보사태에 대해 李壽成(이수성)국무총리와 金光一(김광일)청와대비서실장은 책임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경제정책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한부총리는 17일 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정부는 금융기관의 대출활동에 관여하지 않을뿐 아니라 철강산업은 정부 허가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한보사건에 대한 정부 책임을 부인, 여당의원들까지 격분케 했다. 경제정책의 총책임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무책임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이미 본란이 지적했듯이 정부는 한보사태에 총체적인 책임이 있다. 첫째, 한보의 철강산업 신규시장 진입이 통상산업부장관 말대로 정부허가 사항이 아니라해도 기술 및 설비도입 단계에서 얼마든지 그 적정성 여부를 따졌어야 한다. 또 소규모에 맞는다는 신 코렉스공법의 기술적 타당성과 경제성을 충분히 검토치 않고 2기 확장을 결과적으로 허용한 것은 분명한 정부 책임이다. 둘째, 정부는 한보철강에 대해 천문학적인 금융자금을 대출하면서도 이에 따른 위험가능성을 모른 체했고 대출후 자금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자율시대라 금융기관의 대출활동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면 은행감독원은 무엇 때문에 둔 것인가. 재정경제원은 은행감독원을 통해 은행업무와 여신 등을 총체적으로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다. 한보철강의 투자규모가 지난 90년 1조2천억원에서 96년 5조7천억원으로 늘어난 전 과정에 걸쳐 정부가 개입한 흔적이 역력한데도 경제정책의 총수가 발뺌만 하는 것은 한심한 책임회피가 아닐 수 없다. 셋째, 한보사태가 이처럼 곪아 터지기까지 한부총리는 취임 6개월이 넘는 동안 도대체 무얼 했는가. 한보철강 승인당사자가 아니어서 나몰라라 한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지금 우리 경제는 수출부진과 무역적자급증,물가우려, 급격한 경기하락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거기에 한보사태가 겹쳤는데도 위기관리대책은 물론 경제회생을 위한 기본정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제총수가 국회의원직을 겸하고 있어 과단성 있는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도대체 위기대처 능력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일부 주장대로 설령 한보사태가 정책의 실패라 하더라도 정부는 결과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한보사태가 일어난 것에 정부의 책임이 없다면 외압 때문이었는가. 그 외압의 실체는 청와대인가, 아니면 또 다른 권력자인가. 그 외압의 실체를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