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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창/일본 후쿠오카]상표작명 기발한 솜씨

입력 | 1997-02-17 20:15:00


일본인들이 만들어낸 몇 안되는 세계적 발명품 중의 하나가 가라오케다. 일본어의 「가라」(가짜)와 영어 「오케스트라」가 합해진 말이다. 일본의 대표적 성공작인 소니의 「워크맨」도 일본식 영어다. 처음 이름을 붙일 때 소니사의 모리타회장은 워크맨이란 이름을 그다지 탐탁해 하지 않았다고 한다. 좀 더 영어 문법에 맞는 이름을 붙이고 싶어했지만 결국 워크맨은 대히트를 했으며 이제는 새로운 일반명사로 자리잡았다. 일본어로 된 브랜드명은 한국어 브랜드명에 비해 보다 쉽게 읽히고 기억되는 경향이 있다. 「도요타」 「미즈노」 「혼다」는 우리의 「현대」 「삼성」에 비해 서양인들이 쉽게 발음할 수 있고 기억하기도 쉽다. 이는 일본어가 받침이 거의 없고 「아」 「오」 등 양성모음으로 끝나는 어휘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어에 모음이 많이 사용된다는 점과 관련해 동경대의 쓰노다교수는 재미있는 학설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인간의 뇌는 두개로 나뉘어 있다. 왼쪽 뇌는 주로 언어 계산 논리적 사고 등 이성적 역할을, 오른쪽 뇌는 음악을 비롯해 비언어적 세계를 인지하는 역할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일본인은 모음에 익숙하기 때문에 웃음소리 바람소리 등 감정표현이나 자연음도 언어의 일종으로 인지해 왼쪽 뇌에서 처리하고 있다. 음악회 도중 옆자리에서 기침을 하거나 숨소리를 크게 내면 일본인은 즉각 청각신경이 왼쪽 뇌로 쏠려버리기 때문에 오른쪽 뇌로 하는 음악감상에서도 다른 민족에 비해 더 많은 방해를 받는 뇌구조를 갖고 있다」는 이론이다. 일본인은 번역이나 브랜드명을 창안하면서도 쉽게 읽히고 기억되게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유언어의 발음구조 차이에서 오는 강점이나 약점은 어쩔 도리가 없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 상품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품질은 물론 브랜드명을 붙일 때도 외국의 소비자들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우리말을 찾아내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손성만 (후쿠오카 무역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