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인터뷰]「장영실 자격루」복원 주역 남문현교수

입력 | 1997-02-02 19:57:00


[李光杓기자] 『만원짜리 지폐에 조선시대 자격루(自擊漏)가 그려져 있다는 것은 자격루가 우리 전통과학기술의 얼굴이라는 뜻입니다』 조선시대 과학자 장영실이 만든 자동물시계 자격루(세종16년 1434년작)의 작동원리를 규명하고 복원하는데 꼬박 13년을 바친 남문현 건국대교수(55·한국기술사연구소장)의 자격루에 대한 의미 설명이다. 남교수는 13년간의 대장정끝에 첨단자동시보장치가 있는 자격루의 작동원리와 원형을 밝혀내 기본설계도를 작성하고 작동모의실험까지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자격루의 복원(20일자 본보 37면 보도)을 가능하게 만든 인물. 그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문화재관리국은 99년까지 경복궁 경회루 남쪽의 원래 위치에 자격루와 자격루를 보호하는 보루각(報漏閣)을 완전히 복원할 계획이다. 생체전기공학이 전공인 남교수가 자격루 연구를 시작한 것은 우연이었다. 지난 84년 계측제어 전공 교수들과의 대화 도중 『우리 것에도 자동제어시스템이 있지 않을까』라는 말을 듣고 「그래 한번 찾아보자」고 마음 먹었던 것. 이후 자격루의 매력에 빠져들어 지금까지 학기중은 물론이고 방학이 되면 거의 모든 시간을 자격루에 바쳐왔다. 남교수가 밝혀낸 자격루 작동원리를 보면 자격루가 당시로서는 최첨단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자격루는 자동제어장치를 통해 종 북 징소리를 울려 시간을 알려주는데 2시간 단위로 하루를 12등분한 자(子)축(丑)인(寅)묘(卯)시등에는 종을 치고, 밤시간인 5경(五更·일 이 삼경 등)엔 북을 침으로써 12시와 5경을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자 축 인 묘시 등엔 한번의 종소리가 울리는데 이로 인한 혼돈을 막기 위해 자시엔 쥐인형을, 축시엔 소인형이 나타나도록 했으며 오경의 경우엔 일경은 한번, 이경은 두번 북을 치는 등 첨단 기술을 자랑한다. 『물시계는 자동제어의 원조로 우리나라 계측제어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말한 남교수는 『세종시대의 물시계는 당시 중국과 이슬람의 기술에 우리의 탁월한 제어계측 기술을 결합해 세계적인 보편성과 독창성을 모두 구현해냈다』고 평가했다. 남교수는 그동안 중국 유럽 미국 등을 10여차례 방문, 연구 결과를 수시로 발표해 자격루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데도 앞장섰다. 남교수는 저서 「한국의 물시계」로 지난 95년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했고 해시계인 앙부일구(仰釜日晷), 주야 겸용시계인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등도 복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