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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단체 수익사업 활발…사회사업비 직접조달 나서

입력 | 1996-11-26 20:01:00


「李成柱기자」 성당에서 담근 김치를 밑반찬으로 식사하고 절에서 만든 생수를 마실 날이 멀지 않았다. 성당 교회 절에서 필요한 사회복지사업비를 헌금이나 시줏돈에만 의존하지 않고 생수 사업, 농산물 판매 등 다양한 수익사업을 벌여 충당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94년말 로마교황청이 미국과 독일의 기업에 「바티칸」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계약을 해 화제가 됐다. 교황청측은 당시 종교의 세속화를 우려하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 『교회의 재정 자립도를 높이고 각종 사업을 활발히 벌이기 위해서는 더 이상 헌금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최근 국내 종교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불교 조계종은 지난달 「불교 종합유통센터」를 발족했다. 유통센터는 내년 가을부터 산나물 비지 메주 등 지방특산물을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팔 계획이다. 조계종측은 『농민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고 도시인들에게는 공해에 찌들지 않은 신선한 「먹을거리」를 공급한다는 취지로 유통센터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이 유통센터는 3, 4년내 산사(山寺)앞에 흐르는 물을 받아 정화한 생수를 판매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조계종은 유통사업의 수익금 전액을 사회복지사업에 쓸 예정이다. 천주교 성당 중에는 「농촌 살리기 운동」의 차원에서 농민공동체나 영농조합에서 재배한 농산물이나 김치 등을 직거래로 파는 곳이 늘고 있다. 서울의 창동성당은 지난 94년부터 「생활공동체 직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경북 안동과 강원 철원 등지에서 재배한 유기농산물과 성당에서 직접 만든 천연조미료 등 2백여가지 품목을 서울의 신도와 일반인에게 판매한다. 서울에는 이밖에 상봉동 장위동 문정동성당 등 10여개 성당이 도농직거래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전북 순창성당은 지난 93년 부근의 농민들로 영농조합을 결성, 각종 김치를 담가 팔고 있다. 지난달부터 서울의 그랜드백화점에서 김장코너를 마련해 주부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5일부터는 오금동천주교회 옆에 서울사무실을 열고 각종 김치의 주문을 받고 있다. 개신교에서는 서울 광림교회가 지난달 현대백화점 본점과 무역센터점에서 열린 「김치바자」에서 강원도 진부농협이 만든 김치를 파는 것을 도와주고 수익금의 일부를 받아 불우이웃돕기에 썼다. 조계종 총무원의 능관스님은 『종교계가 이같은 수익사업을 벌이는 것은 깨끗한 환경 속에서 도농(都農)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