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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오락물에 시청등급제 도입해야』…방송전문가 주장

입력 | 1996-11-26 19:59:00


「朴元在기자」 TV 오락물의 시청등급제 도입은 시기상조인가, 불가피한 선택인가. 최근 국내 TV3사가 폭력 선정적인 내용을 방영하는 횟수가 부쩍 늘어나면서 극장용 영화와 비슷한 형태의 등급제를 TV 프로그램에도 적용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시청등급제는 폭력 및 남녀간 애정장면의 묘사 수준에 따라 시청 가능한 연령을 TV 화면이나 내장 장치에 표시하는 제도. 미국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 상업방송 역사가 오래된 국가들이 앞다퉈 이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3월 TV 방송계가 의회와 여론의 압력에 굴복, 내년 1월부터 모든 오락프로에 대해 시청등급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시청등급제의 핵심장치는 TV수상기안에 설치되는 컴퓨터 칩의 일종인 V칩. 자녀를 둔 부모들이 「봐도 되는 프로」와 「봐서는 안되는 프로」의 등급을 입력하면 V칩은 이 정보에 따라 어린이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프로의 방영을 통제하게 된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18일 모든 프로의 시청등급을 TV화면 오른쪽 아래에 표시토록 의무화했으며 캐나다 영국 독일에서도 정부 또는 민간차원에서 TV프로의 등급제 실시를 추진하고 있다. 미디어 선진국들이 등급제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TV 폭력 에로물의 범람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부모세대 시청자들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방송 및 광고업계에서는 이 제도가 TV프로 내용의 사전심의를 사실상 허용, 언론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클 뿐 아니라 자녀들의 「볼 권리」를 제한하는 것도 잘못이라는 반론을 펴고 있다. 방송전문가들은 시청등급제의 국내 도입시기와 관련, TV3사의 프로제작 방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금과 같이 TV3사가 시청률 경쟁에 집착해 표현의 한계 수위를 넘나드는 「문제성 프로」를 양산할 경우 「제작진의 편성권을 제한하는 한이 있더라도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완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명분론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김영석 연세대교수(신문방송학)는 『시청 등급제 도입은 시대적 추세』라며 『각 방송사의 편성책임자와 시청자단체 대표, 방송학자가 미리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운영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