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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고액과외 『열풍』…학원특강-족집게강의 성행

입력 | 1996-11-21 08:41:00


대입논술고사를 40여일 앞두고 서울시내 일부지역에서 고액 논술과외가 성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이 본고사를 보지 않지만 소위 명문대들은 논술고사를 보는 데다 이 논술고사를 엄격히 채점, 당락에 영향을 주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예년보다 더욱 거센 과외열풍이 불고 있는 것. 논술과외는 입시전문학원과 일부 소규모학원의 「논술특강반」과 사설과외강사들의 「족집게과외」 등 갖가지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입시전문학원들은 수능시험이 끝나자마자 「논술특강반」을 만들어 법정수강료를 훨씬 넘는 30만∼50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논술지도를 하고 있다. 「족집게과외」는 이름난 강사가 1∼5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1인당 1백50만∼2백만원을 받고 한 주에 3, 4차례씩 가르치는 방식. 강사들은 대개 『예전에 명문대의 논술시험 채점에 참여했다』거나 『올해 채점위원에 뽑힌 교수의 수제자』라고 주장한다. 서울대를 지망하는 아들을 둔 나모씨(45·여·서울 강남구 도곡동)는 「지난해 서울대 논술 채점위원을 지낸 서울대강사」를 자칭하는 남자에게 아들의 논술지도를 맡겼다. 이 남자는 지난 14일부터 연 3일간 『우수한 학생 5명만 모아놓고 특강을 하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전화를 걸어왔다는 것. 나씨는 5주동안 15번 과외를 하는 대가로 1백80만원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논술과외는 맞춤법, 문장전개 요령, 감점요인 피하기 등 「글쓰는 기술」에 대한 초보적인 강의와 강평으로 이루어져 학원관계자도 그 한계를 시인하고 있다. 대성학원의 李永德(이영덕)평가관리실장은 『학원에서 글을 틀리지 않게 쓰는 방법은 가르칠 수 있지만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을 가르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K학원의 정모강사(36)는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불안한 마음에서 「가능한 수단은 다 동원해 보자」는 심정으로 학원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각 대학 입시관계자들도 논술과외의 효과에 대해 한결같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대 논술 출제와 채점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왔던 서울대의 한 교수는 『서울대 논술채점에서는 「논리전개가 얼마나 능수능란한가」보다는 「학생이 스스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각 대학의 논술채점에는 해당 대학에 재직중인 교수들만 참여하므로 「논술채점에 참여했다」는 과외교사들의 얘기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李澈容·丁偉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