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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최규하씨의 강제구인

입력 | 1996-11-11 20:26:00


崔圭夏전대통령이 결국 법정에 강제구인되는 모양이다. 한때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이 무슨 창피인가.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그동안 증인출석을 한사코 거부해온 崔씨를 구인키로 최종 결정함으로써 崔씨는 본인의 법정증언거부 의사와는 관계없이 오는 14일 법원의 증언대에 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재판부가 고심끝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역사의 한 자락을 오욕으로 얼룩지게 한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서는 崔씨의 증언이 필수적이자 비록 전직 대통령이라도 법앞에는 예외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이해된다. 崔씨는 설득력없는 이유로 검찰수사 때와 1심에 이어 이번 항소심에서도 세차례나 증인소환에 불응했다. 더욱이 지난번 공판 불출석후 과태료 10만원을 부과받고도 아직 납부하지 않은 것은 사법부를 우습게 아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법원으로서는 그만하면 전직대통령예우는 할만큼 했다. 하다못해 제삼의 장소에서의 증언까지 제안하는 등 명예롭고 모양좋게 증언할 기회는 충분히 주었다. 그럼에도 끝내 거부자세를 바꾸지 않는 이상 강제구인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또 한사람의 전직 대통령이 강제로 법정에 불려나오는 모습은 볼썽사납기 그지 없겠으나 이는 결국 崔씨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어차피 이렇게 된 바에야 崔씨는 이제 법정에 나와 모든 것을 털어놔야 한다. 출두하더라도 증언은 않겠다지만 그럴 경우 자신의 처지만 더욱 우스꽝스러워진다. 털어놓되 12.12와 5.18당시의 역사적 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해야 한다. 그러는 것이 그나마 당시 국정의 중심에 있었던 전직 대통령으로서, 또 한사람의 국민으로서 최소한의 의무이자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