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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최규하의 침묵, 이래도 되나

입력 | 1996-11-06 10:31:00


지난 4월28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아칸소주 화이트워터사건 담당판사가 지시한 증인신문에 임했다. 판사는 아칸소주 리틀록의 법정에서 폐쇄회로를 통해 신문을 주재했고 대통령은 백악관의 브리핑룸을 잠그고 검사 변호사의 질문에 답변했다. 신문은 4시간반이 걸렸고 그 전과정은 비디오로 녹화됐다. 현직대통령이 주지사 재임시절의 의혹과 관련, 증언대에 선데 대해 언론은 흥분했지만 국민들은 오히려 차분했다 ▼당시 TV인터뷰에 응한 한 워싱턴시민의 말은 매우 함축적이었다. 『대통령이라도 법위에 있을 수는 없죠. 법이 원하면 따르는 것이 국민의 의무입니다』 현직 미국대통령이 법정증인으로 나서기는 토머스 제퍼슨,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에 이어 클린턴이 네번째다. 로널드 레이건전대통령은 퇴임후인 90년 이란 콘트라사건과 관련해 증언대에 섰다. 대부분 비공개 녹화방식을 취했지만 증언내용의 상당부분은 바로 알려져 의혹을 살 일이 드물다 ▼12.12와 5.18사건의 항소심 재판부가 법정증언을 거부한 崔圭夏전대통령을 강제구인하지 않는 대신 과태료10만원을 물게 한다는 보도다. 억척스러운 崔씨의 고집에 굴복한 듯하지만 과태료를 내게 한 것이 상당히 함축적이다. 법의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그만큼 법의 제재를 받아야 하며 전직대통령이라도 예외일 수 없음을 보여준 것 아니겠는가 ▼하긴 그런 일로 수치심을 느낄 崔씨라면 목숨이라도 건듯 증언을 거부하진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의 재임중 행위에 대해 해명한다면 역사에 나쁜 선례(先例)를 남긴다』는 그의 말은 핑계인지 소신인지도 불분명하다. 미국의 대통령들은 현직 때에도 법이 부르면 변명없이 응하는데 崔씨는 왜 이러느냐고 따지는 것도 이젠 구차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