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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정 『흔들』…英IISS간행 「전략문제논평」

입력 | 1996-11-03 20:33:00


동아일보는 전략문제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와의 독점계약으로 IISS의 간행물 「전략문제논평」(Strategic Comments)중 「사우디아라비아 왕정(王政)의 문제」를 요약, 소개한다. ------------------------------------ 「정리 런던〓李進寧특파원」 지난해 11월과 올 6월 다란 인근의 리야드와 코바르에서 각각 발생한 두건의 차량폭탄테러사건과 지난해 11월 파드왕의 졸도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정(王政)의 안정문제에 관심을 집중시켰다. 리야드사건의 범인들은 체포돼 처형됐으며 코바르사건의 범인들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사우디당국은 두 사건 모두 이슬람원리주의를 신봉하는 과격분자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사건들은 지난 79년 이슬람원리주의세력이 팔레비왕정을 무너뜨린 이란혁명과 유사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들 사건들을 이란혁명과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이란과 사우디 둘다 병든 국왕에 의해 통치된다는 점에서, 또 사회가 이슬람주의 가치들과 서방의 영향간의 충돌로 분열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그러나 유사성은 이것이 전부이다. 종교세력이 이란에서는 정치적 재정적으로 독립성을 유지했지만 사우디에서는 정치적으로 정권의 일부분에 속하고 재정적으로도 정권에 의존하고 있다. 왕조의 성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란은 왕조가 세습제였으나 사우디는 국왕이 왕가 고위인사들의 합의에 의해 선출되고 있다. 이같은 절차는 사우디에서 쿠데타나 민중혁명이 일어나는 것을 보다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집권 알 사우드 왕가는 현재 그 어느때 보다도 위험한 시기를 맞고 있다. 나이 든 왕자들에 의해 통치되고 있으며 세습을 둘러싸고 분열 상태에 있다.더구나 종교적 열정에 대한 호소가 힘을 얻고 있는데다 복지혜택의 축소로 인해 국민들의 신뢰마저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사우디의 정치체제가 외부의 갖가지 도전에 잘 적응할 수 있을 만큼 탄력적이었다. 이 덕택에 지난 수년간 알 사우드왕가는 내외적인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현재의 위기는 그 뿌리가 수십년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대체로 볼때 지난 91년의 걸프전으로 인해 야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우디의 전통적인 안보정책은 지난 50년대 이븐 사우드왕과 파이잘왕세자에 의해 모양이 갖춰진 것으로 미군의 군사적 보호를 받아들이는데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미군의 상시주둔과 분쟁예상지역에의 사전 무기배치는 사우디의 주권침해라는 이유로 단호히 거부됐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이 걸프전동안에 변해버렸다. 당시 약50만명의 외국군이 사우디에서 작전을 폈으며 이후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서방군사력이 이라크에 대한 유엔결의안의 실행과 걸프인근국가들의 안정을 위해 아직도 사우디에 주둔하고 있다. 이같은 정책변화는 친(親)서방세력들에 의한 것으로 그들과 보수주의자들간의 전통적인 세력균형을 파괴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수주의자들이 세력균형을 꾀하기 위해 득세를 할 것임은 불보듯 뻔한 시간문제일 따름이다. 알 사우드왕가의 위기는 정치제도의 「노후화」와 왕위세습문제, 또 반대세력의 증가로 인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사우디의 정치제도는 왕가의 정치적 경제적 권력독점에다 왕가와 대표적인 상인집단 및 부족집단과의 결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확고한 정치제도가 일반국민들의 지속적인 정치참여 배제로 인해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점차 국민들의 눈에 구식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왕위세습문제도 골칫거리이다. 60년대초 당시의 파이잘왕에 의해 만들어진 세습규칙에 따르면 현재의 파드왕 다음엔 보수주의자인 왕세자 압둘라, 그 다음엔 친미(親美)주의자로 압둘라의 이복동생인 국방장관 술탄왕자가 뒤를 잇도록 돼 있다. 그러나 파드왕의 병세가 깊어지고 또 왕자들이 나이가 들어감에도 불구, 아직까지 차기 국왕이 확정되지 않은 것이다. 왕가의 반대세력은 지난 40년동안 국민들의 지지를 규합하는데 실패했으나 걸프전 이후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다. 반대세력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훈련받은 느슨한 군사적 지하조직에서부터 완고한 종교세력에 이르기까지 여러갈래가 있으나 지향하는 바는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그것은 △현왕가의 부패와 정실주의의 종식 △코란에 바탕을 둔 사회정의 실현 △막강한 군사력 창설 △통치와 인권보장면에서의 이슬람주의 부활 등이다. 사우디왕정의 안정에 가장 위협적인 것은 뭐니해도 알 사우드왕가의 자체문제이다. 알 사우드왕가가 계속적인 합의통치에 동의할 수 없다면 권력을 공고히 할 수 있는 다른 새로운 내부질서를 만들어 내야만 할 것이다. 왕위승계에 대한 의견불일치와 왕가내의 권력분열은 파드왕으로부터 후계자들로의 순조로운 권력이양을 방해할 것이고 이것은 또한 보수주의자와 친미 왕자들간의 투쟁을 재연시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