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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미국산 배추 수입 유감

입력 | 1996-10-25 20:51:00


「상인에게는 조국이 없다. 그들은 이득을 얻을 수만 있다면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다」. 굳이 토머스 제퍼슨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수입상들이 국내에 들여온 품목들을 살펴보면 상인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혀를 차게 한다. 승용차 화장품 가전제품 가구 모피 양주 의류 등 갖가지 사치성 소비재의 수입은 그렇다치고 그밖에도 돈벌이가 되는 물품이면 무엇이든 빼놓지 않고 들여온다 ▼우리 고유의 식품인 고추장 된장 김치 등의 수입은 옛말이다. 애견(愛犬)을 위한 영양제 생리대 향수 선글라스 등의 수입도 이제는 진부한 얘기다. 최근에는 자신의 체질에 어떤 화장품이 피부와 맞는지를 알려준다는 「데카폴」, 사방 15m내의 인기척 등 모든 반응을 감지해내는 경보기, 물은 물론 술 커피 등 모든 액체의 독성을 제거한다는 초미니정수기 등 러시아 과학연구생산기업소(NIPP)의 각종 첨단제품이 상륙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가장 황당한 수입품을 꼽으라면 미국산 배추를 들 수밖에 없다. 작년 가을과 올 초여름 배춧값이 크게 뛰자 국내 식품업체들이 세차례에 걸쳐 1백3t의 미국산 배추를 들여왔다. 90년대 들어 최고였다는 당시 배추 시세는 국내산이 ㎏당 9백80원, 미국산은 8백52원이었다. 1백28원의 차액을 노려 배추수입을 했다가 결국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배추는 이미 수입자유화품목이어서 수입자체가 제한을 받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발상이 문제다. 국내 배춧값이 조금 비싸다고해서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얄팍한 상혼이 얄밉기 짝이 없다. 배추는 농민들에게 쌀 못지않은 주요 소득작물이다. 농산물은 국내 생산이 모자라면 외국에서 사다먹으면 그만인 그런 단순한 생산품이 아니다. 농산물에는 우리의 훈훈한 고향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