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0일 민간 무인기의 북한 침범에 대해 “전쟁 개시 행위나 마찬가지다. 북한에 총을 쏜 것과 똑같다”며 “철저하게 수사해 다시는 이런 짓을 못 하게 엄중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10일 민간인이 무인기를 북한에 보냈을 가능성에 대해 “한반도 평화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며 엄정 수사를 지시한 지 열흘 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민간인이 북한 지역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멋대로 이런 걸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형법상 사전죄(私戰罪)를 거론하며 “개인이 제멋대로 상대 국가에 전쟁 개시 행위를 하면 처벌하는 법조문이 있다”며 군경 합동조사 태스크포스(TF)에 철저하고 신속한 조사를 지시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13일 담화에서 “재발 방지 조치를 강구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또 “어떻게 민간인들이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수사를 계속해 봐야겠지만 국가기관이 연관돼 있다는 설도 있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핵심 부대인 국군정보사령부가 자신이 북한에 무인기를 날렸다고 주장하는 오모 씨와 무인기 제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무인기 제작업체 대표 장모 씨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나와 군 당국이 확인 중이다. 오 씨와 장 씨는 모두 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실에서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사 사정을 잘 아는 군 소식통은 “대북 심리전 및 여론전 차원에서 오 씨가 지난해 3월 위장 언론사를 설립했고 여기에 정보사의 공작 자금이 지원된 게 맞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의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 미래전략분과위원회는 이날 드론작전사령부를 폐지하는 방안을 국방부에 권고했다.
드론사는 비상계엄 직전인 2024년 10∼11월 당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평양, 원산 등 북한 지역에 10여 차례에 걸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등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한 혐의를 받는 부대다. 분과위는 “드론사는 각 군과의 기능 중복에 따른 비효율 등을 고려해 조직을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계엄 전 무인기 침투 사건이 불거진 이후로는 계엄을 염두에 두고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이 직접 부대에 지시하기 위해 드론사를 창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방부는 분과위 권고안 대로 드론사 폐지를 확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