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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진 당해도 즐겁게 운동” 클럽 팀이 바꾼 고교야구

 “삼진 당해도 즐겁게 운동” 클럽 팀이 바꾼 고교야구

Posted May. 10, 2025 07:10,   

Updated May. 10, 2025 07:10


5월은 국내 고교야구 최고 권위의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열리는 계절이다. 제79회째를 맞은 올해도 서울 목동, 신월야구장에서는 최고에 도전하는 유망주들의 꿈이 영글어가고 있다.

그런데 몇해 전부터 고교야구 무대에 천안CSBC, TNPBA 같은 낯선 이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얼핏 봐선 정체를 가늠하기 힘들다. CSBC는 상업고등학교베이스볼클럽, TNPBA는 트레이닝&피지컬베이스볼아카데미를 줄인 표현이다. 율곡고야구단, 창원공고야구단처럼 학교 이름 뒤에 ‘야구단’을 붙인 팀들도 있다. 팬들에게 익숙한 야구명문 경남고, 광주제일고, 덕수고 등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들의 정체는 스포츠클럽이다.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학교 운동부와 달리 별도의 법인이 선수 모집, 지도, 행정, 회계 등의 업무를 맡는다. 클럽 팀에 속한 선수들이 같은 학교 학생들이냐 아니냐에 따라 학교 연계형 클럽, 지역 거점형 클럽으로 나뉜다. 율곡고야구단의 경우 율곡고 학생들로 구성된 스포츠클럽이라는 의미다. 기존 학교 운동부와 구별하기 위해 야구단을 붙였다. 특히 율곡고는 2023년 학교 운동부에서 스포츠클럽으로 전환하면서 팀명도 율곡고에서 율곡고야구단으로 바꿔 달았다.

전체적으로 클럽 팀들의 전력은 학교 운동부에 미치지 못한다. 프로야구 신인 지명, 대학 진학에도 아직 불리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클럽 팀의 문을 두드리는 선수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클럽 팀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주최 공식 경기에 출전하기 시작한 2021년 5개에서 올해 24개까지 늘어났다. 학교 운동부에서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거나, 남들보다 뒤늦게 운동을 시작한 이들이 클럽 팀으로 향하고 있다. 성적 우선주의에 강압적인 운동부 문화가 싫어 떠났다는 이도 적지 않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운동부에서 클럽 팀으로 옮긴 한 고등학교 2학년 선수는 “운동부에선 실책을 하면 바로 교체돼 나왔다. 하지만 여기선 삼진을 당해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즐겁게 운동을 한다. 야구 안에 인생이 있는 게 아니라 인생 안에 야구가 있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모교 출신’을 따지는 문화에 감독, 코치 자리를 포기했다가 클럽 팀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은 지도자도 있다.

스포츠클럽이 고교야구에 일으킨 의미 있는 변화도 많다. 클럽 팀이 꾸준히 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고교야구 팀이 100개를 넘어섰다. 올해 등록된 팀은 총 105개로 2020년(82팀)에 비해 약 28% 늘었다. 클럽 팀 출신으로 프로 문턱을 넘어선 이들도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선 창원공고야구단 출신 김종운(19)이 전체 70순위, 야로고BC 출신 고영웅(21)이 100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올해 황금사자기에도 역대 가장 많은 11개 클럽 팀이 출전했는데 이 중 4팀이 1회전을 통과했다. 승패와 무관하게 이들은 “(전국대회가 열리는) 목동구장 그라운드를 밟게 돼 벅차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에는 클럽 팀 소속으로 황금사자기 최초의 여자 선수가 탄생하기도 했다. 화성동탄BC의 손가은(19)이 도개고와의 1회전 3회말 1루수로 교체 투입되며 새 역사를 썼다. 팀이 5회 콜드게임으로 패하면서 단 1타석 만에 대회를 마친 손가은의 모자에는 ‘즐기자’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고교야구는 이렇게 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