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57개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중국에 대한 104% 관세 부과도 강행하면서 한국 등 아시아 증시가 급락하고, 원화 가치도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으로 떨어졌다. 116년 만에 가장 높은 미국 관세율과 미중 간 ‘경제 핵전쟁’ 발발 공포가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충격을 시장에 안긴 것이다.
한국 시간으로 9일 오후 1시 1분 미 행정부는 15% 개별관세 부과를 시작해 앞서 적용한 기본관세(10%)까지 총 25% 관세율을 현실화했다. 이날 오전부터 흔들리던 코스피는 관세 부과 직후 낙폭을 확대해 전일 대비 1.74% 하락한 2,293.70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23년 10월 31일(2,273.97) 이후 1년 5개월여 만에 2,300 선을 내준 것이다.
관세 협상 진전에 대한 희망으로 전일 6%대 급등세를 보였던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는 3.93% 폭락했고, 대만 자취안지수는 5%가 넘는 하락세를 보였다.
환율도 출렁였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0.74%(10.9원) 오른 1484.1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심리적 저지선이던 1470원을 뚫고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2일(1496.5원) 이후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미국이 한국 시간 기준 이날 오후 1시 1분에 글로벌 상호관세를 발효하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하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 금융 시장은 특히 미중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경제 핵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워싱턴 국립건축박물관에서 열린 전국공화당의회위원회(NRCC) 행사에서 “104%를 터무니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중국은 많은 미국 상품에 100%, 125% 관세를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J D 밴스 부통령은 앞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 ‘촌놈들(peasants)’에게서 돈을 빌려 물건을 산다. 그 물건은 중국 촌놈들이 만든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해 중국이 발끈하는 등 미중 갈등의 수위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글로벌 경제 거물들의 위기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 레이 달리오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관세 전쟁을 넘어섰다며 “일생에 한 번 겪을 만한 통화·정치·지정학 질서의 붕괴”라고 진단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