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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 실장’ ‘3개월 장관’ ‘6개월 차관’

‘1개월 실장’ ‘3개월 장관’ ‘6개월 차관’

Posted December. 30, 2023 07:56,   

Updated December. 30, 2023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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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섭 신임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지 한달도 채 안돼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총리실 국무조정실장에서 산자부 장관으로 옮긴지 3개월 만에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물러났다. 김완섭 기획재정부 2차관,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 등 주요 경제부처 차관 3명도 임명된 지 6개월만에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대통령실 실장과 주요 경제부처 장차관 임무의 막중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외교·안보 부처와 함께 국정의 중추라고 할 수 있다. 비서실장의 총괄 업무가 과중하다는 이유로 정책실장을 만들어 경제·사회수석실을 떼준 지 한달 만에 비서실장이 물러나고 정책실장은 비서실장으로, 국정 경험이 없는 교수가 정책실장으로 부임하는 인사는 그렇지 않아도 6명의 수석비서관 중 5명이 총선에 출마한다고 교체된 상황에서 불안하기만 하다.

장·차관을 하다가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3개월이나 6개월 뒤 정치권으로 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장·차관 시켜주는 정부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4년 전인 문재인 정부 때도 2020년 4월 치러진 총선을 앞두고 장차관이 대거 사퇴해 ‘국정 요직이 개인 몸값 올려주는 자리냐’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때도 ‘3개월 장관’ ‘6개월 차관’은 없었다.

대통령실 측은 방 전 장관을 임명할 때 “핵심 전략 산업 육성, 규제 혁신, 수출 증진의 국정과제를 추진할 적임자”라고 해놓고서는 3개월 만에 내보냈다.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과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은 대통령실에서 정무직으로 부처 업무와 관련 없는 비서관을 하다가 전문성도 없이 차관 자리에 내리꽂힌 사람들이다. 장차관 경력 한번씩 달아주고 총선에 내보내려한 것으로밖엔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실이든 정부 부처든 실장이나 장차관이 바뀌어도 빈틈없이 돌아가야 하는 것이 관료 조직의 이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장과 장차관이 업무를 완벽히 장악하고 직원들이 실장과 장차관을 중심으로 일체가 돼 움직여도 맡은 바 임무를 다하기가 쉽지 않고 조금만 소홀한 점이 있어도 불상사가 빚어질 수 있다. 그래서 가사도 아니고 회사 일도 아니고 국정이다. 가사도 회사 일도 함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국정을 참으로 가볍게 여기는 정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