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한국프로야구 경기에서 볼·스트라이크 판정은 ‘로봇’이 맡는다. 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처럼 야구장에 대형 초시계가 들어선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8일 이사회(사장단 회의)를 통해 투구자동판정시스템(ABS)과 피치 클록을 2024시즌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19일 발표했다. KBO는 내년 시범경기부터 ABS와 피치 클록을 활용할 계획이다.
2020년부터 퓨처스리그(2군)에서 ABS를 시범 운영해 온 KBO는 “4년간 ABS 고도화 작업을 거친 결과 볼·스트라이크 판정이 정교함과 일관성을 갖게 됐다. ABS의 판정 결과를 심판에게 전달하는 속도도 줄었다”면서 “1군에도 ABS를 도입하면 모두에 동일한 스트라이크존을 적용할 수 있게 돼 공정한 경기 진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까지 ABS를 도입한 상태지만 내년에도 MLB에서 ABS를 활용할 계획은 없다. 일본도 아직 ABS 도입 계획을 발표한 적은 없다.
반면 피치 클록은 MLB가 한국보다 1년 빨랐다. MLB는 이번 시즌부터 홈플레이트 뒤에 투구 제한 시간을 표시하는 초시계를 설치한 채 경기를 치렀다. 투수들은 주자가 없을 때는 15초, 주자가 있을 때는 20초 안에 공을 던져야 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올해 MLB 경기는 평균 2시간 42분 만에 끝났다. 1984년(2시간 39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한국프로야구도 피치 클록 도입 자체는 확정이지만 투구 제한 시간을 몇 초로 할 것인지는 미정이다. KBO 관계자는 “투수들의 평균 투구 인터벌을 전수조사했다. 평균 견제 횟수, 타격 준비 완료 시점 같은 세부 지표도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몇 가지 안을 세워놓은 상태”라며 “어떤 방안이 우리 리그에 더 적합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웅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