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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I 역대 최대… 투자장벽 못 허물면 ‘반짝 호재’ 그칠 것

FDI 역대 최대… 투자장벽 못 허물면 ‘반짝 호재’ 그칠 것

Posted June. 10, 2023 08:38,   

Updated June. 10, 202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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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나 늘었다. 미·중 경제패권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전략이 ‘지경학 리스크’를 줄이는 쪽으로 바뀐 영향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과 공급망 디커플링(관계단절) 때문에 한국 경제는 수출 감소 등 부작용을 겪고 있지만, 첨단 분야 핵심기업을 보유한 덕에 그나마 얻게 된 반사이익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정부에 신고된 FDI 투자액은 107억3000만 달러, 한화로 약 14조 원이다. 1∼5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FDI의 85%가 외국기업이 한국에 생산시설을 세운 ‘그린 필드 투자’였는데, 이 역시 62% 늘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소재업체,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를 겨냥한 배터리 원료·소재기업의 투자가 빠르게 증가했다.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직접 대미 수출이 어려워진 중국 배터리 소재 기업들까지 한국에 합작기업을 세우고 있다.

국내 설비투자가 위축된 가운데 찾아온 외국인 투자는 우리 경제에 가뭄 속 단비와 같지만, 우려되는 건 증가세 지속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쟁국들이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며 유치에 나서고 있어서다. 일본은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 공장을 유치하면서 투자액의 절반 가까이를 보조금으로 지급했고, 다시 TSMC와 2공장 건립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에선 프랑스가 공격적 투자 지원책을 내걸고 FDI를 빨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미국 ‘바이 아메리카’ 정책의 압박 속에서 한국 대기업들은 100조 원이 넘는 대미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들어오는 것보다 훨씬 많은 투자가 해외로 흘러나간다. 그렇게 해도 글로벌 공급망이 미·중 양대 블록으로 쪼개지면 우리 기업의 활동 공간은 오히려 좁아진다.

한국으로선 어느 쪽 기업이든 투자하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게 최상의 방책이다. 하지만 외국기업이 투자하길 선호하는 수도권은 각종 규제에 묶여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바닥권인 법인세 경쟁력도 문제다. 사업장 사망사고가 터지면 최고경영자(CEO)를 형사 처벌하는 중대재해법은 외국인 투자에 큰 장애가 된다. 높은 투자 장벽을 서둘러 허물지 못하면 모처럼 늘어난 FDI도 ‘반짝 호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