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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둘 잃은 이태원 생존 고교생, 숨진채 발견

친구 둘 잃은 이태원 생존 고교생, 숨진채 발견

Posted December. 15, 2022 08:06,   

Updated December. 15, 2022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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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고등학생이 숙박업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참사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12일 오후 11시 40분경 마포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숨진 A 군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A 군은 이날 오후 7시경 홀로 투숙했는데, 아들이 야간자율학습 후 귀가하지 않자 어머니가 실종신고를 해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범죄를 의심할 정황은 없었다. A 군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A 군은 참사 당시 이태원에 함께 갔던 친구 2명을 모두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A 군도 다리 근육 파열 부상을 입고 위독한 상태까지 갔지만 병원 치료를 받고 목숨을 건졌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A 군은 참사 후 주 2회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치료를 받고 교내 심리 상담도 수시로 받아 왔다. 또 트라우마를 우려한 부모님과 담임교사가 지켜봐 왔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내 상담교사부터 ‘최근 아이가 많이 좋아지고 있으며, 교내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달받았다”며 “상담교사도 충격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A 군 부모의 지인이라고 밝힌 한 조문객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살아남은 자의 고통을 고교 1학년이라는 나이에 온전히 견뎌내긴 너무 힘들었던 모양”이라며 “참사 이후 정신과 치료도 받고, 학교생활도 잘했는데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을 부모는 믿기 힘든 상태”라고 썼다. 한편 이태원 참사 유족 협의회 측은 “A 군 사망 소식을 듣고 조문을 가려고 했지만 ‘조용히 보내고 싶다’는 유족 의견에 따라 조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혜진기자 sunrise@donga.com · 최미송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