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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무역적자 사상 최대…한국 덮친 글로벌 인플레 먹구름

1월 무역적자 사상 최대…한국 덮친 글로벌 인플레 먹구름

Posted February. 03, 2022 07:46,   

Updated February. 03, 2022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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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48억9000만 달러로 1966년 무역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밝혔다. 1월 수출 증가폭이 15.2%에 그친 반면 수입 증가폭이 35.5%에 이르면서 전체 적자폭이 커졌다. 지난해 12월 5억9000만 달러 무역적자에 이어 마이너스 추세가 이어진 것으로 한국이 2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낸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기업 생산에 직접 영향을 주는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한국의 무역 전선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반도체 등 주력품목 수출이 양호한데도 무역수지 적자가 쌓이는 것은 개별국가나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에너지와 원자재 수급동향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동절기 수요가 늘어나는 계절적 요인에다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지정학적 요인으로 에너지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서 원유 가격이 급등했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국의 무역적자 행진이 언제 끝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인 한국으로선 고유가만으로도 감당하기 벅찬 리스크다. 문제는 올 우리 경제가 맞닥뜨린 리스크가 에너지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미국의 통화 긴축 기조가 가시화하면서 신흥국 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데다 오미크론 확산, 미중 갈등, 중국 경제 경착륙이라는 위험요인이 산적해 있다. 이런 위험요인들은 각각 떨어진 별개의 이슈가 아니라 서로 연결돼 있는 복합 리스크다. 코로나19 변이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공급망을 더욱 교란시켜 물가를 자극하고 그 여파로 긴축정책이 빠르게 추진되면서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악순환 고리에서 한국 등 신흥국은 기축 통화국에 비해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최근 수출에 비해 수입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작년 하반기 다소 늘었던 수요가 지속되지 못한 채 공급망 리스크가 되레 커졌다는 걸 보여준다. 그런데도 정부가 무역수지 적자에 대해 “일시적 현상”이라고 일축한 것은 경제의 이면을 종합적으로 보지 못하는 단견을 드러낸 것이다. 통화긴축과 미중 갈등 등 복합 리스크 여파로 한국 경제는 물가가 계속 오르는 가운데 성장세가 둔화하는 ‘슬로우플레이션’을 거쳐 고물가 속 경기가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무역적자가 울리는 위기 경고음을 흘려듣지 말고 선제적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