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책 월북’을 귀순 오판…靑에도 잘못 보고했다

　탈북민 A 씨가 1일 월북(越北)할 당시 그를 북한에서 넘어온 귀순자로 착각한 22사단의 ‘오판’이 청와대까지 보고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선 부대가 1차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했고, 그 판단이 그대로 최상부까지 보고되면서 정부가 A 씨 검거 등을 위한 위기 대응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일선 부대는 A 씨를 1일 오후 9시 20분경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보급로 일대에서 열상감시장비(TOD)로 포착했다. 그가 최전방경계부대(GOP) 철책을 뛰어넘어 약 1km 북상한 뒤였다. 이때 부대는 군사분계선(MDL)에서 수백 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A 씨를 특별한 의심 없이 귀순자로 판단했다. 이 같은 내용은 오후 9시 반 이후 합동참모본부 및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도 보고됐다. 국가안보실에 소속된 위기관리센터는 국가위기 상황을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관리하는 ‘컨트롤타워’다.

　결국 22사단의 최초 오판은 A 씨 검거 실패로 이어졌다. A 씨가 오후 6시 40분경 GOP 철책을 뛰어넘는 장면은 폐쇄회로(CC)TV에 선명하게 찍혔음에도 이를 되돌려 보는 조치도 당연히 늦어졌다.

　소식통은 “통상 위기 상황이 벌어질 경우 위기관리센터에도 실시간 보고가 이뤄진다”며 “일선 부대 보고를 토대로 작전을 통합 지휘하는 건 합참의 몫”이라고 했다. 결국 “일선 부대와 합참 모두 작전 실패에 책임이 있다”는 것.

　4일 마무리된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의 현장조사 결과 A 씨는 월책(越柵) 직전 철책에 접근해 서성이는 모습이 CCTV에 여러 차례 포착됐다. 철책 근처에 발자국도 선명하게 찍혔지만 부대는 이 같은 사전, 사후 징후도 모두 놓친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진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