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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에 대한 오마주

Posted December. 31, 2020 07:36,   

Updated December. 31, 2020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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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2년 오스트리아 빈의 ‘제체시온’에서는 베토벤 서거 7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 열렸다. 진보적인 예술을 위해 결성된 ‘빈 분리파’의 열네 번째 그룹전이기도 했다. 그룹의 리더였던 구스타프 클림트는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 ‘합창’을 시각화한 벽화 ‘베토벤 프리즈’를 선보였다. 총 21명의 빈 미술가들이 참여했는데, 전시의 주인공은 의외로 독일 미술가였다. 클림트의 벽화도 사실은 이 작가의 작품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다. 생전엔 클림트만큼 유명했으나 사후엔 독일 밖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은 막스 클링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857년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난 클링거는 파리, 빈, 로마 등에서 활동하며 화가 및 판화가로 이름을 날렸다. 고향으로 돌아간 뒤 40세부터는 실험적인 조각에 몰두했다. 클링거가 전시에 내놓은 신작은 높이 3m가 넘는 거대한 베토벤 전신상이었다. 넉넉한 왕좌에 나체로 웅크리고 앉아있는 베토벤은 영웅의 모습이 아니라 연약한 인간, 아니 유령처럼 보였다. 베토벤 앞에 놓인 검은 독수리와 의자에 새겨진 장식은 수수께끼 같았다. 조각에 사용된 색과 재료도 낯설었다. 단일색의 청동이나 대리석 조각이 아니라 흰색, 노란색, 검은색 대리석에 상아와 청동 등 이질적인 재료들을 결합해 만들었다.

 작품이 공개되자 위대한 작곡가에 대한 찬사로 부적절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평론가들은 “이건 공예품이지 예술이 아니다”라고 폄하했다. 소수의 사람만이 역경을 극복한 연약한 베토벤의 진짜 모습이자 영웅의 전형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실제로 베토벤은 심각한 청각장애를 겪으며 9번 교향곡을 썼다.

 독수리는 로마 황제의 상징이자 사랑을 강조한 요한복음의 저자 사도 요한을 상징한다. 클링거는 독수리를 통해 복음처럼 세계로 퍼져나간 위대한 음악을 만든 거장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다양한 색과 재료의 결합은 인류애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합창’ 교향곡에 대한 진정한 오마주였다.